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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듀얼페스 vol.1 발매기념 SS BLAST의 뒷면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0. 10. 20. 17:07

    「BLAST」의 뒷면


    갑자기 몸을 꽉 붙들어 매고 있던 게 사라져서, 서서히 열이 풀렸다. 아랫배부터 심장, 목구멍의 안쪽, 순서대로 올라와서, 얼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서는 더이상 열을 내보낼 곳이 없다. 몸 전체가 뜨거워져서 어질어질하다. 아, 이거, 그거랑 비슷하다. 욕실에서 현기증 났을 때 같은.
    당황해서 일어섰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으니까 기재 옆 틈새의 벽, 구석에 등을 기대고, 꾸욱 몸을 움츠렸다.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끔 눈앞을 가로지르는 사람이 흠칫 놀라는 건 알았지만, 응. 미안. 작게 사과하고 고개를 들었다.

    ——스테이지.
    저쪽은 밝고 이쪽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부시고, 멀다. 그런데.
    ‘어째서 저녀석 똑바로 이쪽을 저격해 오는 거야’
    노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노린 치사한 목소리가, 용서 없이,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다.
    저기. 뭘 먹고 매일 뭘 하고 어떤 식으로 살면 그런 목소리가 되는 거야?
    어떤 표정으로 뭘 생각하면 그런 엣찌한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안되겠어’
    전혀, 모르겠어.
    ‘전혀 안 되겠어’
    심장이 아프다. 목소리가 몸 중심에서 반향해서, 날뛴다. 괴로워. 그치만, 계속 듣고 싶어.
    이런 거 치사하잖아.

    “어이 츠구”
    어느 새 토키가 옆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뿜어 버렸다.
    “뭘 웃는 거야”
    “그치만. 뭔가 옆에서 똥 싸는 포즈 하고 있고”
    “시끄러”
    그것뿐으로, 입술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네가 거기 있으니까 그런거잖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들었다. 아아, 나, 지금 꽤나 머리 바보 돼 있구나.
    “짜증나네”
    토키가, 전혀 웃지 않는 눈으로 이쪽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토키의 눈 정가운데를 단단히 쳐다본다——아아, 그런가. 서로 바라본다는 건, 이런 거였던 건가. 갑자기 그런 걸 생각했다.

    “저기, 토키는 말야”
    “응?”
    “흥분돼서 죽을 뻔한 적 있어?”
    스테이지에서는 여전히 무거운 소리의 귀신이 꽝꽝 밀어붙여 온다. 용서없이 때려 와서 떨리는 고막, 오로지 한가운데를 꿰뚫어 오는 노래, 멜로디, 관객의 절규. 뭐가 뭔지 경계선이 없어져서, 머리를 후려갈겨져서, 이젠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있어”
    토키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나 시끄럽고, 들릴 리가 없는데 들린다. 역시 지금 나 이상하네.
    “그것보다 일어나. 앵콜 다음에 우리도 나가니까, 준비”
    “응. ……아”
    토키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닿은 손가락이 얼음처럼 차가워서 깜짝 놀랐다.
    “뭐야”
    “진짜다”
    “? 뭐가”
    “토키 상기돼 있어”
    얼굴, 빨갛다. 아마도지만, 손가락이 차가운 건 목 위로 열이 전부 가 버려서 그런 거다.
    “뭐야. 나랑 똑같잖아”
    “아니거든”
    엄청 기분 나쁜 얼굴로 토키가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쟁이”
    “시끄러”
    “그치마안”
    귀의 뒤, 새빨개서 완전 들키고 있지만.
    “……뭐, 됐나”

    여전히 고막과 심장이 아플 정도로 떨리고 있어서. 잡은 손가락이 점점 미지근해져 왔다.
    기분 좋아.
    그러니까, 거짓말은 용서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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