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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편 전권연동특전 ss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0. 10. 16. 00:47

     

    ——촬영이 끝난, 밤의 유원지.
    “추웟!”
    원내 팜플렛을 보고 있던 아카네상이 문득 어깨를 수그리고, 가볍게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 머플러를 풀어서 내밀자, 그는 아주 잠깐 곤란한 얼굴을 하고, 그래도 웃으면서 “땡큐”하고 받아 준다.
    “너 어디 가고 싶어?”
    “저는 어디든”
    아카네상이 가고싶은 곳이라면, 하고 덧붙이자 “너, 그런 말만 하네” 하고 또 웃는다.
    “뭐, 남자 넷이서 유원지라고 해도 말이지”
    즐거운 듯이 말하고, 다시 손에 든 팜플렛으로 눈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하이지랑 마시로 늦네”
    “푸드 코트가 붐비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다 팬한테 잡혀 버렸다거나 해서”
    “그건……”
    괜찮을 거라고 말하면서, 걱정이 됐다. 하이지는 어쨌든, 마시로는 신용이 가지 않는다. 뭣하면 하이지를 혼자 사오라고 보내고, 여성과 밤의 유원지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걱정되면 보고 와”
    옆에서,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아카네상을 혼자 둘 수는”
    “신용 없구만”
    “아니에요”

    확실히 어렸을 때의 그는, 눈을 떼면 바로 어딘가에 날아가 버리는 아이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는 히구라시 그룹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자제로, 세간에서는 RUBIA Leopard의 카리스마 보컬리스트다. 나이도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내가 시끄럽게 잔소리할 필요는 없다고, 사실은 알고 있다.

    “왜 웃고 있어?”
    “아니요, 그”
    “내가 옛날에, 유원지에서 미아가 돼서 삐이삐이 울었던 거 생각하고 있지”
    “아니에요”
    “정말……속이려고 해도 알 수 있다고,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삐진 듯이 어깨를 수그리는 모습을 보고, 문득 웃어 버린다.
    “생각한 건, 그 뒤의 일이에요”
    “? 뭔가 있던가?”
    큰소리로 울고 있었던 아카네상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띄고, 이쪽으로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그 이후에, 미카도상이랑 카에데상이 상당히 투덜거렸지)
    나이 차이가 나는 진짜 형제보다도, 형제같고 사이가 좋다——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우리들은 어리고, 눈 앞에 펼쳐진 유원지는 넓고, 그저, 손을 잡고 있으면 괜찮을 거라는 강한 확신만이 있었다.
    지금도 그 때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그렇지만.

    “아, 있다있다”
    “다녀왔습니다!”
    마시로와 하이지가 잰걸음으로 돌아온다.
    “정말~. 거기 있으라고 했잖아”
    “미안미안. 그치만 저기, 바람 엄청 불어서 말야. 춥다고”
    “건물 안에서 기다리라고 할 걸 그랬네요. 죄송해요”
    사 왔어요, 하고 하이지가 핫도그를 내밀었다. 아카네상은 감사 인사를 하고, 바로 덥석 베어문다.
    “아—……맛있어. 밖에서 먹는 핫도그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뭐어, 괜찮지만. 연락 정도는 해 두라고. 잃어버리면 어떡할거야”
    “오히려 니가 이쪽으로 연락을 해”
    내가 무연히 말하자, “멍멍이가 할 일 아냐?” 하고 틈을 두지 않고 놀리는 목소리가 따라온다.
    “아—……쿠로노, 스테이. 뭐, 애도 아니고”
    입가를 훔친 아카네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찾을 수 있잖아? 어쨌든 상대는 나니까”
    “나왔다, 왕님 발언”
    “아카네상이 말하면 설득력 있네요”
    “그것보다, 지금부터 어디 가?”
    “저는 어디든. 유원지 온 거 오랜만이에요! 언제 오고 안 왔을까나”
    “나도”
    “거짓말쟁이”
    “진짜라니깐. 그것보다 하이지, 그거, 먼저 먹자”

    둘만의 세계는, 시간이 지나 네 명이 되었다.
    찬란한 유원지는, 좀더, 훨씬 넓어졌다.
    가슴속에는 여전히, 강한 확신을 가진 채로.

    “관람차로 가지 않을래요”
    나는, 팜플렛 구석에 있는 커다란 사진을 가리키며 제안했다.
    그러자, 아카네상은 크게 한 번 눈을 깜빡이고 “오케이. 넷이서 탈수 있고 말이지”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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