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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 한정 ss #01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1. 17. 19:01

    새벽녘. 폰 화면을 보고 있던 히바리가, 혼잣말 치고는 큰 볼륨으로 “뭐야 이거” 하고 중얼거렸다.

    “히바리 왜그래—“
    “아……미안 츠구쨩. 방해됐어?”
    “아니. 전혀—“

    츠구미가, 멍하게 대답했다. 잡아먹을 듯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게임 콘트롤러 버튼을 끊임없이 눌러대면서.

    “그럼 괜찮지만……조금 휴식하지 않을래? 벌써 아침이야”
    “응—앞으로 조금! 이 스테이지만!”
    “어쩔수 없네에”

    히바리는 웃고 일어선다.
    ‘말하기 시작해도 안 들을 테니까’
    오늘은 다같이 회의한 후, 오랜만에 츠구미랑 둘뿐이다. 토키는 레포트 제출 마감 전, 미츠루는 내일 일찍 일이 있어서 일찍 돌아갔다.
    ‘둘뿐이라니, 언제가 마지막이더라?’
    부엌에서 미네랄워터를 손에 들었을 때, 거실에서 “아—!!” 하는 비통한 절규가 들렸다.

    “쿠소, 앞으로 조금이면 됐는데 당해버렸다……”
    “수고했어. 자, 물”
    “에, 괜찮아. 아직 츄하이 남아 있고”
    “조금 알콜을 분해하는 편이 이길수 있을지도 몰라”
    “아, 그런가”

    글라스를 내밀자, 츠구미는 받아들고 한입에 전부 마셔버렸다.

    “차가워—……!”
    “아, 벌써 이렇게 앞 스테이지까지 하고 있어. 츠구쨩, 적응 빠르네”
    “히바리 쪽이 완전 잘 하잖아”
    “당연하지. 그거 산 거 저번주고, 벌써 몇 시간이나 들여서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에—. 그치마안”

    불만스러운 듯 말하고, 츠구미는 콘트롤러를 소파에 내던진다.

    “분해……”
    “그냥 게임이잖아”
    “그렇게 말하고, 히바리도 엄청 연습하고 있으면서”
    “나중에 시작한 츠구쨩한테 추월당하면 분하니까”
    “똑같잖아!”

    둘이서, 무심코 웃었다.

    “맞다, 히바리. 아까 뭐야? 폰 보고, 뭐야이거 하고 했던 거”
    “아아, 그거 말이지. 토비쨩한테 메일이 와서…… 이거”
    “어디어디 『디그프로 대운동회 공지』 …… 엣, 진짜로!”
    “계절행사라던가 봐줬으면 좋겠는데. 드디어 학생이 아니게 됐는데……”
    “괜찮잖아! 팀 인크로로 이기자고!”
    “뭐어, 나간다면 이겨야지 정도는 생각하지만”
    “운동회 싫어해?”
    “타인이랑 협조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전반이 고통이야”
    “거짓마알”
    “진짜거든”
    “그치만, 엄청 열심히 하고 있잖아, 인크로”
    “그건…… 얘기가 다르지 않아?”
    “에, 그래?”
    “그래. 애초에, 모두를 타인이라고 잘라 말하는 것도, 뭔가 다르고……”
    “아, 그런가. 히바리, 우리들 엄청나게 좋아하니까”

    갑자기, 거리낌없는 미소로 말하니까, 조금 곤란해져 버린다.

    “……나, 오늘 술 안마셨는데요”
    “알고 있어”
    “정말……”

    한숨을 내쉬면서, 히바리는 소파에 몸을 묻는다.

    “나, 타인이랑 경쟁하는 거 사실은 엄청 싫어해. 이길 수 있는 시합밖에 하고 싶지 않고, 남이랑 비교당하는 건 싫고, 남한테 시험당하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싫어도 귀찮아도, 죽을 정도로 준비해 두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런 내 성격이 눈앞에 들이밀어지니까, 고통이야”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거. 나라면, 싫은 건 절대로 안 하는걸”
    “그렇지 않아. 츠구쨩 풍으로 말하자면, 졌다. 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사실은 조금 다르다.
    ‘필요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을 뿐, 이라는 게 더 맞을……까나’
    타인에게 자신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무섭다.
    ‘남한테 기준을 맡기는 게 바보같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인생의 반 이상, 가족이나 친구, 주변의 눈치를 보며 살아 왔다. 고분고분하게 구는 것도 반항도, 전부 타인이 기준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히 버릇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지 않았어”

    문득 츠구미가 말했다.
    잡아먹을 듯이 히바리를 응시하면서, 강하게.

    “히바리, 계속 이기고 있어. 왜냐면 미츠루랑 친구고, 나랑 토키랑 만났으니까”
    “츠구쨩”

    ——그러니까 나, 술 안마셨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Identity』 도 말야”

    그 얘기는 특히, 부탁이니까 기다려 줬으면 한다
    그런데 역시 전혀 말이 나오지 않고, 당연히, 츠구미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카네한테 그거 부르게 한 우리, 최고 아냐?”

    얼굴을 마주하고 그런 말 듣는 건, 정말, 엄청 곤란하다.
    ‘왜냐면 최근, 눈물샘이 약하다고. 엄청’
    그러니까, 잔뜩 어금니를 악물고, 참고 참은 뒤 조그맣게,

    “……운동회”
    “응?”
    “공던지기 공, 아카네한테 던지고 싶어”

    시시한 얘기를 하고 고개를 돌린 사이에 몰래 심호흡을 하자, 츠구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거, 나도 같이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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