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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4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3. 1. 16:55

    2020/12/31

     

     

    “오늘 쓰레기 정리하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 토키!”
    “그보다, 감사는 됐으니까 음쓰는 알아서 버리라고 진심”
    “나 요리도 안 하는데, 어째서 냉장고에 있었던 걸까. 저, 말라비틀어져서 반으로 줄어든 송이버섯”
    “내가 어떻게 알아. 그것보다, 카레로 추정되는 뭔가가 들어있는 저 용기. 저거 최고로 위험하니까 잊어버리지 말고 버려라”
    “알겠다니깐!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쓰레기 내놓는 거 어제 끝나버렸으니까”

    매년 항례인, 츠구미의 방 대청소가 끝난 연말 저녁.
    웃으면서 먼저 가는 츠구미를, 반 걸음 뒤처져서 한숨과 발소리를 울리면서 따라간다.
    변하지 않는 광경이다. 고향을 떠나와서, 나란히 걸어가는 길은 변했지만.

    “말해두겠는데 너 그거 작년에도 말했다고”
    “엣또……뭐어, 나니까?”
    “성장하라고 성장”
    “성장했다고. 저거 봐”

    연말의 인파를 지나쳐, 볼일도 없는데 잠깐 들른 오오테 CD샵 체인점의 한 구석에, 츠구미가 손가락질하며 싱긋 웃는다.

    “앨범 나왔잖아, 우리 앨범!”

    길거리의 사람들은 우리들을 모른다. 스쳐지나간다 해도 아무도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올해는 그걸로 됐어. 강한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그저, 기쁘다.
    그러니까, 조금 큰 소리로 말해주지.

    “바보야.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얘기야”


    ***


    “미츠루, 아직도 졸려?”
    “응—……자도자도 졸려”
    “여전하네에. 뭐어, 우리집에서 자게 됐으니까 괜찮지만”

    그건, 고향에서 나오고 첫 해의 일이다. “내일 일 끝이니까” 하는 연락을 끝으로, 미츠루의 소식이 뚝 끊겼다. 상경해 온 츠구미와 토키까지 휘말려서, 찾고 찾고, 결국 집에서 자고 있던 걸 발견했을 때는 과연 한대 패 줄까 하고 생각했다.

    “그 때 한 시간만 늦어졌어도, 나, 경찰서 갔을거야”
    “그거, 내 얘기……?”
    “그렇다구요. 네가 연말연시에 행방불명됐던 이야기”
    “아—…… 정월은 대체로 엄청 졸리니까”
    “해방감으로 졸려지는 건 이해했지만, 너무 깜짝 놀라게 하지는 말아줘. 안 그러면 나, 요절할지도 몰라”
    “엣”

    잠에 취해서 멍해 있던 미츠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떡 일어났다.

    “히바리 그렇게나 깜짝 놀랐어?”
    “놀랐다고. 저기 말야. 심장이 평생 뛰는 횟수는, 대체로 정해져 있대”

    인크로는 최고로 즐거워서, 매일같이 두근두근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럴 때 마다 심장이 바쁘다.

    “이 이상 여분으로 두근두근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알겠어. 조심할게”

    미츠루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을 때 인터폰이 울렸다.
    츠구쨩이랑 토키군일지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현관에 달려가, 도어스코프를 들여다 보니 두 명이 서 있는 게 보여서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마른 소리가 코앞에서 터졌다.

    “해피—……엣또 뭐더라 맞다 뉴 이어 까지 하루 전—!!”
    “바보야 너 날짜가 바뀔 때 하라고 했잖아!”
    “그치만 방에서 잔뜩 나왔으니까 괜찮잖아 한 개 정도! 그보다, 얼른 터뜨리고 싶다고!”
    “애새끼냐!”
    “소리만 나는 거잖아! 청소 안 해도 되고!”
    “츠구미, 토키”
    “옷, 미츠루 칫스”
    “웬일로 깨 있네”
    “히바리, 괜찮아?”

    당황한 얼굴로 달려온 미츠루를 보고——북받쳐오른 웃음이, 아무리 해도 멈출 수 없게 돼 버렸다.

    “히바리가 쓰러졌다”
    “바보야! 얼른 사과해 츠구”
    “히바리 미안해—“
    “정말……츠구쨩!”
    “헤헤, 깜짝 놀랐어?”
    “당연히 깜짝 놀랐지! 그치 미츠루”

    틀림없이 올해 가장 크게 웃으면서,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면서, 돌아보고 말했다.

    “아까 말한 거, 거짓말일지도”



    ——Have a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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