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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5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3. 2. 23:03

    2021/02/02

     

     

    올해 연말연시에는 본가에 돌아가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는 날과 설날에는 히바리네 집에서 빈둥빈둥, 2일에는 갑자기 히구라시・토키토 집에 불려가고, 3일에는 루비레가 나오는 특집 방송을 아파트의 조그만 tv로 봤다.
    그러던 중에 학교가 시작해서, 시험과 과제의 밀려오는 공격에 마주쳐서, 정월 기분 같은 건 바로 날아가 버렸다.

    “토키—! 얼른얼른—!”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수면 부족인 몸을 이끌고 비탈길을 오르고, 히이히이 하면서 긴 계단을 힘껏 디딘다. 아아, 실패했다. 아무리 오늘이 올해 겨울 제일 추운 날이라고 해도, 패딩 안에 두꺼운 니트 같은 거 입고 오는 게 아니었다…….

    “츠구쨩 정말 기운차네”
    “히바리”
    “응? 왜 그래?”
    “너, 왠지 낯빛 좋네”
    “에, 그래?”

    기쁜 듯이 부드러워진 히바리의 눈매가, 곧바로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세세한 걸 잘 보는 건 토키군의 좋은 점이지만”
    “뭔데”
    “별로. 아무 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달려올라간다. 뭐야, 저녀석, 완전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잖아.

    “젠장……”

    그 뒤를 따라 한달음에 달려올라가자, 갑자기 시야가 넓어졌다.
    커다란 토리이, 참배길의 조금 앞에는 테미즈야, 그리고 그 너머의 묵직한 건물이 아마 배전.

    조금 늦은 첫 참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평일 낮의 신사는, 사람도 뜸하다.

    “토키, 괜찮아?”
    “괜찮아…… 미안, 미츠루. 기다려 준 거야?”
    “폰으로 사진 찍고 있었어”

    이거 봐, 하고 보여준 사진은, 마치 관광지의 엽서처럼 잘 찍혀 있다.

    “엄마한테 보내주려고. 고향 신사랑은 꽤 다르니까”
    “헤에. 그러고 보니 미츠루, 결국 본가 안 돌아갔던 건가”
    “응. 올해는 안 갔어. 갔다 오는 데 꽤 돈 들고”

    슬슬 가자고 재촉받아서, 나란히 걸어가면서,
    (내가 안 돌아갔으니까 배려해 줬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말하려다가 말고 삼켰다.
    최근 아무래도,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연말에, 미니앨범이 발매됐다.
    사메지마에게 프로듀스를 부탁해서, 스파르타적인 디렉션으로 며칠간 스튜디오에 갇혀서, 다같이 이렇다저렇다 말하면서 만들었다.
    온 몸과 온 정신을 쏟아부어서, 전부 끝났을 때에는, 불만 하나 없는 최고의 녀석이 만들어졌다.
    (이 이상 쥐어짜도, 이제, 아무 것도 안 나와)
    그렇게 생각하고, 오싹했다.
    우리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내놓고——그 다음은?


    “토—키!”
    “우왓”
    “느리다고! 이쪽!”

    츠구미가 팔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잠깐! 너, 기다려!”
    “안 기다려! 그럼 간다고—. 손 씻자—“
    “우와, 소매! 소매 젖어!”
    “저기, 테미즈로 정화하는 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아냐……?”
    “중간에 절 해야 되고 말이지”
    “에, 그래? 뭐어 됐잖아”
    “안 됐다고!”
    “그것보다, 얼른 기도 하고 오라고! 나, 오미쿠지 뽑고 싶어!”
    “혼자서 먼저 하라고!”
    “같이 할거야! 토키가 시험 끝나는거 기다렸으니까!”
    “정말…… 애냐고”

    질척질척해진 소매를 휘두르면서 본전 앞까지 가서, 준비해온 5엔짜리를 반쯤 자포자기해서 아무렇게나 던져넣었다.
    (소원은 매년 똑같으니까. 잘 부탁합니다)
    신님은 만능이잖아.
    그렇다면, 세세한 건 말 안 해도 알아줘.
    (나는 인크로에서 최고의 기타를 치고 싶어)
    앞으로도 계속.
    언제까지나 계속.


    “나왔다—! 대길—!”
    “저기, 츠구쨩……하나 물어봐도 돼? 대길 말고 나온 적 있어?”
    “없어!”
    “역시……”
    “히바리는? 뭐 나왔어?”
    “나는 길”
    “꽤 좋네”
    “그러는 미츠루는?”
    “말길”
    “응? 말길은 몇번째......?”
    “신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지만, 대길, 길, 중길, 소길, 말길이고, 마지막이 흉”
    “그런가. 그럼 별로 좋지 않네”
    “토키, 어땠어?”
    “……시끄러워. 이쪽 보지 마”
    “엣, 토키군 설마……”
    “말, 하지, 마!”

    커다란 글자로 최고로 불길한 문자가 적힌 종이조각을,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작게 접었다.

    “묶고 올게”

    등을 돌리자, 미츠루가 “나도” 하고 뒤를 따라온다.

    “오미쿠지가 안 좋았으면, 묶을 때, 자주 쓰는 손이랑 반대 손으로 묶으면 좋대. 옛날에, 니쨩이 가르쳐 줬어”
    “……헤에”
    “저기. 이쪽이 비어 있어”
    “히바리”
    “나도 묶을까 해서”
    “좋았는데 묶어버리는거야?”
    “조금은 모두의 액운을 중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토키군. 흉은 그렇게 나쁘지도 않아”
    “어설프게 위로하지 말라고”
    “이 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들 하잖아”
    “억지잖아……”
    “그리고, 여기. 와카 밑에. 의외로 나쁘지 않은 거 써 있거나 하는데. 읽었어?”
    “……아니, 전혀”
    “틈 발견!”
    “앗! 어이, 츠구! 내놔 바보야!”

    갑자기 뛰어들어온 츠구미가, 손 안의 종이조각을 뺏어갔다.

    “묶어 버리면 못 읽잖아. 에—어디어디…… 바라는 것, 방심하면 터진다!”
    “윽……”
    “방심 안하면 되는거 아냐?”
    “일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마라!”
    “토키군이 준비 대충 하는건 상상 안 가네에”
    “학문, 힘써라! 건강, 양생하지 않으면 위험…… 양생?”
    “쉬라는 거야”
    “아—그런가그런가. 다음, 기다리는 사람! 온다, 놓치지 마라!”
    “소극적이면 안된다는 걸까나”
    “연애! 기분전환이 중요! 그렇대!”
    “아 그래……”
    “그보다—“

    츠구미가 얼굴을 들고, 펼친 종이조각을 이쪽으로 내밀면서,

    “이거, 전부, 어떻게든 할 수 있잖아?”

    누군가가 베풀어준 행운 같은 건 필요없다.
    멀리 있다면 달려가서 붙잡아라.
    (그런 녀석이니까)
    너무나도 강하고 올바르다.
    (알고는 있는데 말이지)
    너무 눈부셔서, 지금은 조금 괴롭다.
    (적어도 연초정도는 봐 달라고)
    꼴사납게 신님한테 매달려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도, 괜찮잖아.

    “……그럼 네 오미쿠지 내놔”
    “괜찮지만. 뭐 하려고?”

    최고로 럭키한 종이조각을 빼앗은 나는, 내 종이조각에 같이 접어서 묶었다.
    (믿고, 진짜로 받아들이고, 매달리는게, 뭐가 나빠)
    이걸로 분명, 내 일년은 터무니없이 눈부시게 빛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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