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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2 쿠로노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3. 3. 00:10

    “아카네상. 잠깐 괜찮으실까요?”

    이동중인 차 안.
    쿠로노가 말을 걸자, 조수석의 아카네는 들고 있던 태블릿에서 눈을 떼고, 다음 말을 재촉하듯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22일 말인데요”
    “오. 드디어 정한 건가”

    고개를 끄덕이고, 아카네가 입꼬리를 올린다.
    2월 22일은 쿠로노의 생일이다. 그 날은 잡지의 취재 예정이 있지만, 조금 길어지더라도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끝날 것이다.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둬, 생일
    쿠로노가 그 말을 들은 것은, 저번주의 일이다.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습니다만, 오랜만에 집에서 요리가 하고 싶어요”
    “……하?”
    “최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이 없었어서. 스케쥴에 변경이 없다면, 집에 돌아가는 중에 대형마켓에도 들를 수 있고”
    “아—. 잠깐잠깐”

    그 외에 다른 건 없는 건가, 하고 말하고 싶은 듯이 아카네가 시선을 보낸다.
    분명, 생일을 축하하는 쪽으로서는 “조금 사치를 부리고 싶다”던가 “갖고 싶은게 있다”고 말하는 편이 알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아카네의 경우에는, 조금 이루어주기 곤란한 소원이면 더욱 기뻐하는 경향이 있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한 다 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거기에 우쭐대지 않는다——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모토로 하는 히구라시 가의 가풍이다.

    “확실히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둬’라고 하긴 했지만. 그거, 선물이 아니잖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저에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시간은 어쩌다가 비었을 뿐이잖아”
    “스케쥴 조정 해 주신 거죠?”
    “이와하라상이 뭔가 얘기했어?”
    “아니요, 한마디도”
    “짐작한거냐고……”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요, 그 정도는”
    “그치만, 완전 오프를 낼 수는 없어서 말이지”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니까, 무심코, 웃어 버렸다.

    “그 마음이 무엇보다 선물이에요. 감사합니다”
    “진짜 욕심이 없단말야”
    “있어요. 무슨 말 하시는 거에요”

    바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아카네상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하고, 기타가 치고 싶어요. 밴드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당신을 서포트하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이 포지션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어요. 꽤나 욕심쟁이지 않나요?”
    “너, 옛날부터 그 얘기만 하지”
    “옛날부터, 한 번 결정한 건 완고하고 집요하다구요”
    “알고 있어”

    조수석 시트에 등을 기대고, 아카네는 과장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아—알겠어. 네가 좋으면, 그걸로 됐어”
    “감사합니다”
    “역시 서프라이즈로 뭐라도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아니요. 소란피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해서 안 했어. 나랑은 별도로, 마시로가 재미삼아서 뭔가 해 올 지도 모르지만”
    “상관 없어요. 쿠소야로가 할 만한 짓은, 대체로 상상 가는 범위 내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슬슬 익숙해졌다고?”
    “익숙해지지는 않겠지만 포기했어요”
    “그거, 익숙해졌다고 하는 거야”

    아카네가 작게 웃는다.
    (선물이라면, 이렇게 매일 잔뜩 받고 있는데)
    별 거 아닌 이야기로 함께 웃는 것.
    신뢰할 수 있는 멤버와 전력으로 밴드를 할 수 있는 것.
    하는 보람이 있는 일을, 너밖에 할 수 없다고 맡겨 주는 것.
    (세어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리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간단하게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함께, 착실하게 주워 모아 왔다는 자부심이, 무엇보다도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원래 하던 얘기 말인데요, 22일 밤은 비워 둬 주세요”
    “그거야 물론. 맛있는 밥, 먹게 해 줄 거잖아?”
    “네. 실력 발휘 하겠습니다”
    “……그거, 역시 내 생일같지 않아?”
    “그리고, 마시로랑 하이지, 이와하라상도 될 수 있으면 초대해 주세요”
    “? 괜찮지만”
    “오랜만에 규모가 큰 요리를 하고 싶어요. 대접할 상대가 없으면 시작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소원은 하나가 아니어도 괜찮지요?”

    아카네는 눈을 깜빡이고, 그리고, 즐거운 듯이 소리쳤다.

    “그렇네! 나, 갯수는 안 정했어”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수고를 끼쳐드리겠습니다만, 욕심쟁이이므로.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는 만족스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Yes, with pleasure”



    ——HAPPY BIRTHDAY!
    2021.02.22 KUR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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