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한정 ss #06 루비레

2021/3/7

 

 

 

캘린더를 보고 마시로는 무심코 깜짝 놀랐다.
벌써 2월도 끝나고, 앞으로 며칠이면 3월.
(뭐어, 2월은 짧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새해가 밝고 벌써 2개월이나 지나가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렇지만, 손 안의 캘린더를 보면 살아온 흔적이 제대로 남아 있어서, 게다가, 전부 예정에 확실하게 짚이는 데가 있다.

“우—와……”

스틸 촬영, 인터뷰, 이벤트, 티비 출연—— 최근의 오프를 찾으려다가, 도중에 더듬어 보는 게 귀찮아졌다.
(뭐어, 최근 몇 년 간은 한가함을 주체 못 한 기억은 없지만)

데뷔 이전에는 한가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알바를 얼마나 우겨넣어도, 바보짓을 하면서 놀고 있는 시간조차.
베이스에 닿고 있는 순간만이 특별했다. 해야 할 일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이, 시간을 주체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아—……. 그렇다는건 뭐어, 모르는 사이에 2월이 끝나 있어도 어쩔 수 없나……)
어쨌든, 최근에는 대체로 베이스를 치면서 살고 있다.
게다가, 이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최고의 환경에서.

 

“우—와, 무섭네에……”
“뭐가?”

담배 연기를 뱉어내면서 혼잣말을 하자, 아카네가 물었다.

“이번달 벌써 끝나버리네—싶어서 말야”
“그렇네”
“왠지 너무 빠르지 않아?”
“2월은 짧으니까”
“그것도 있지만”
“휴일이 없어서 불만?”

상상했던 것 보다 두 배는 심각한 목소리가 톡 떨어져서, 나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아니……그렇게 진지한 얘기는 아니고”
“흐응. 그럼 됐지만”
“에, 뭐야뭐야. 혹시 걱정해 주는 거야?”

반쯤 장난치듯이 말했는데 “뭐어 그렇지” 하고 솔직히 고개를 끄덕여 버린다.
(아니, 거기선 농담으로 받아치라고)
반응하기 곤란하다.

“페이스 배분, 조금 바꿨으니까”

아카네의 희망으로, 올해 들어서 티비나 인터넷에 얼굴을 비치는 일을 늘렸다.
확실히 그 때문에 바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 불만 있는 거 말 안 할 것 처럼 보여?”
“영상 찍는 일은, 구속 시간이 기니까. 지쳤다거나 귀찮다거나, 조금은 있잖아”
“당치도 않아. 왕님에 비하면 전혀”
“나?”
“리더 겸 보컬 겸 작곡작사 겸 사운드 프로듀서랑, 베이스 치고 있을 뿐인 나랑은 비교할 거리도 안 되잖아”
“……헤에, 그런 건가?”
“남의 얘기 하냐고”
“최근에는 진짜로 나 이외의 내가 네 명 정도 있는 것 같단 말이지”
“하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어느 새엔가 뚝딱 끝나 있어서 말야”
“기억 날아가는거야?”
“아니,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
“뭐야 그게”
“게다가 전혀 안 지친다고”
“무서웟”

질린 듯이 말하고는, 문득, 웃어 버렸다.
(이거, 완전히 똑같은 병이잖아)
뭐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장소의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으니까.
같은 종류의 열병에 걸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섭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우리들 다 어느샌가 할배가 돼 버릴 것 같아”
“괜찮은데. 어차피 할배 돼도 하는 일은 별로 변하지도 않을거고”
“할배밴드?”
“최고로 록꾸하잖아?”

이쪽을 보는 아카네가 너무나도 좋은 얼굴로 웃고 있었으니까, 솔직하게 끄덕이는 건 왠지 분해서.

“최악이거든”

본심이랑은 완전히 반대되는 말을 내뱉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