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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7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4. 4. 23:45

    2021/4/1

     

    히구라시 그룹 CEO 히구라시 미카도의 아침은 이르다.

    기상은 항상 정확히 5시. 장소는 뉴욕.
    가볍게 몸가짐을 정돈하고, 준비해 둔 스포츠 웨어로 갈아입고 나간다. 아파트 거주자 용 수영장도 가끔 이용하지만, 요즘 좋아하는 것은 센트럴파크에서의 런닝이다.
    시기에 따라서는 아직 어슴푸레한 시간, 조용하고 쌀쌀한 공기 속을 느긋하게 달린다. 조금 지나자 막 일어나기 시작한 신체가 열을 띠고 땀이 서서히 배어나오는, 이 감촉이 기분 좋다. 런닝 전용 골전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록밴드 RUBIA Leopard가 연주하는 생기 넘치는 록이다.

    그렇게 아침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자, 노래를 밀어내면서 전화가 걸려온다.

    “좋은 아침, 카에데”
    “미카도. 지금 어디 있어?”

    전화를 걸어온 건 히구라시 카에데 —— 두 살 아래의 남동생이다.
    그도 히구라시 그룹의 일원이며, CEO인 형의 오른팔로 주목받고 있다.

    “커다란 느릅나무 앞을 지나가는 중이야. 같이 뛸래? 기분 좋다고”
    “확실히 날씨는 좋다만, 오늘은 사양하지”
    “귀여운 다람쥐도 볼 수 있어”
    “나중에 산책할게. 그것보다, 오늘 스케쥴이다”

    이 둘은 런닝하는 사이에, 하루의 플랜을 머리에 넣는 것이 일과라고 한다.

    “오늘은 꽤나 빽빽하네”
    “아버지가 취소한 접대가 이쪽으로 왔어”
    “아아……그러고 보니 그랬지”
    “조정해야 되겠어?”
    “아니, 됐어. 대신에 다음달 말…… 그 날에는, 확실히 예정을 넣지 말아줘”
    “그건 당연하지. 나도 그 날에는 휴가 내고 싶어”

    그들이 말하는 ‘그 날’이라는 것은, 다음달 일본에서 있을 이벤트 얘기다. 아무래도, RUBIA Leopard가 출연 예정인 것 같다.
    그리고 RUBIA Leopard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아카네는, 히구라시 가의 삼남. 이 둘의 남동생이다.

    “그건 그렇고 훌륭하네. 회장까지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가볍게 라이브나 이벤트를 볼 수 있다는 건”
    “그래. 현장의 소리와 공기감에는 비할 수 없지만, 중요한 이벤트를 놓치는 것 보다 훨씬 낫지”
    “왕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포기하고 눈물을 삼켰는지…… 좋은 시대가 됐구나”
    “아버지가 같은 얘기를 해서, 지금 집의 음향설비를 손보고 있어”
    “뭐야, 그쪽인가. 틀림없이 이번 기회에 인터넷 방송 업자를 매수한다고 말하는 건가 했는데”
    “관련회사 중 하나에 자본을 대기로 했다고는 했어. 매수까지 하면, 아카네가 눈치채서 화낼 테니까 그만둔 것 같아”
    “그렇군. 그런데 여전히 손이 빠르네”
    “미카도도 나한테 말 안하고 어딘가의 주식 사지 말라고”
    “어째서지? 내 재산을 어떻게 쓰든 상관 없잖아”
    “그게 아냐. 나도 한 자리 하고 싶다고”
    “그런 건가. 알겠어, 혼자 앞서나가지 않도록 약속하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두 형은——아니, 히구라시 패밀리는, 세계를 상대로 커다란 비즈니스를 펼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막내의 활약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 된 거에요, 이거……”

    PC에서 재생되는 나레이션이 붙은 영상과, 오피스 체어에 힘없이 등을 기댄 이와하라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토비쿠라가 반쯤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전에, 히구라시 그룹 CEO가 직접 보냈어. 루비레의 노래나 그 외의 사용허가를 달래.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것 같아”
    “엄청나네요……. 그런데, 어째서 이와하라상에게 직접?”
    “글쎄다. 뭐어, 음악 이외의 노출이 늘어나는 건 대환영이다만”

    투덜거리던 중에 폰이 울려서, 스크린에 뜬 이름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토비쿠라에게 ‘미안’ 하고 일어나, 옆 회의실에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이런, 매니저 군”
    “오랜만입니다, 히구라시 상”
    “바로 본론이다만 보낸 영상은 이미 봐 주었니?”

    과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히구라시 그룹의 현역 CEO.
    CEO 본인이 손을 쓸 필요가 있는 건지는 제쳐두고, 일처리가 너무 빠르다.

    “방금 전에 봤습니다”
    “꽤나 잘 만들었지? 이게 방영되면 아카네도 분명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게 틀림없어”

    확실히 화면을 보고 부들부들 떨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감동과는 다른 의미로.

    “저어…… 굉장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조금 내용에 대해 신경쓰이는 점이 있어서”
    “좋아, 들어 주지”
    “그, 방송 제작 회사에서 당사 창구로 연락해 주시라고 전해 주시면……”
    “너랑 내 사이잖아. 사양 안 해도 돼. 말해 보세요”

    어떤 사이냐고, 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걸 직전에 꾹 참고,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었다.

    “다음달 이벤트 건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그만둬 주셨으면 해서”
    “어째서지? 모처럼의 전국방송이다. 그 김에 한 두 장면 정도 내보내면, 좋은 선전이 되겠지”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만,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프로모션 관계로 여러 사정이 있어서, 당사에서만 결정할 수는……”

    내가 듣기에도 애매한 변명이지만,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른 엄청난 일을 벌일 것 같아서, 애매한 태도가 되어 버린다.
    ‘그것보다, 어떻게 이벤트에 대한 걸 알고 있는 거야?’
    다음달 말,온라인 방송 예정이 있는 이벤트는 하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출연이 결정되어 있는 것 뿐으로, 외부용 프로모션은 물론 밴드 멤버에게도 아직 상세한 건 말하지 않았다.

    “흠…… 그렇군. 그런 거라면 아쉽지만 그 장면은 바꾸도록 하지”
    “황송합니다”
    “아니아니. 비즈니스의 방해가 되면 본말전도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본론이다만”

    그 얘기는 본론이 아니었던 건가, 하는 대사를 다시 꾹 참았다.

    “뭔가요”
    “내 동생은 잘 지내고 있니?”
    “…………. 제 눈에는, 꽤나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만”
    “흠, 그런가”
    “그…… 신경 쓰이신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같다만…… 신경 써 주는 게 부끄러운건지, 아무래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늦은 반항기라는 걸까”
    “하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 봬도 의외로 쌓아 두는 타입이야. 매니저 군, 부디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그렇군, 이쪽이 본론인가.
    무심코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이게 영상통화가 아니라 다행이다.

    “맞다, 매니저 군. 쿠로노한테 뭔가 들은 거 있니?”
    “쿠로노한테서요? 아니요, 딱히”
    “그런가. 그러면, 내가 말할 건 아니네”
    “? 뭔가요?”
    “아니. 심각한 건 아니니까 안심해 주렴. 뭔가 말해 올 때에는, 할 수 있는 만큼 서포트 해 줬으면 좋겠어”
    “그건 물론입니다”
    “고마워. 그녀석도, 우리 집 가족 같은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가벼운 인사 후 통화가 끊어졌다.
    ‘구실을 만들어서 전화 걸어 온 거라고 생각하면, 뭐어, 흐뭇한 일이네’
    스케일 큰 연인이지만, 동생을 신경써주고 있는 건 진짜다.
    ‘……오랜만에 그녀석 불러서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CEO의 커다란 임팩트와, 단 몇 분 전화하는 걸로 감화된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와하라는 자기 동생에게 전화하려고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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