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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7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4. 4. 23:47

    2021/4/1

     

     

    남한테 자랑할 만한 능력은 딱히 없다.
    그렇지만, 귀는 좋은 편이다. 아마.

    ——토비쿠라 소라입니다.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꺼냈던 맨 처음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기어들어갈 것만 같은, 미덥지 못한 목소리. 뭔가 막말이라도 하면, 곧바로 도망칠 것 같은 분위기.
    어쩔 수 없이 “어이, 카에데” 하고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뭐야? 선배”
    “뭐야가 아냐. 뭐냐고, 이건”
    “방금 설명했잖아. 소라가 보컬 해 준다고”
    “보컬이라니 너, 이런 모기 같은 목소리로”

    흘끗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상대는 겁먹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젠장, 귀찮네’
    눈초리가 나쁜 건 타고난 것이고, 입이 거친 건 성격이다.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해 보라고 해도 무리인 얘기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노래할 수 있어. 내가 보증하지”
    “……그거야 뭐어, 노래하는 것 뿐이라면. 초등학생도 도토리 데굴데굴 정도는 부를 수 있어”
    “그런 귀여운 노래 만들 생각인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멍청아”
    “내가, 당신의 주문에 응할 수 없는 인재를 데려올 거라고 생각해?”

    카에데가 넉살좋게 웃는다.
    뭐가 인재야, 인텔리인 척 하고 말야. 데려온 이 녀석, 아까부터 계속 막 태어난 아기사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그보다, 어이. 거기 밤비”
    “밤비라니 왜 그렇게 불러”
    “엣……설마, 저, 저 부르시는 건가요……”
    “그 외에 누가 있겠냐”
    “죄, 죄송합니다……”
    “너, 어째서 이런 귀찮은 녀석한데 붙잡힌거야?”
    “귀찮다니. 선배 너무하네에”
    “그건, 그니까, 그…히, 히구라시 선배가……”
    “나는 카에데라고 불러도 돼. 전에도 말했잖아”
    “시끄러워. 넌 끼어들지 마, 다물고 있어”

    그러자 소라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그러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로 “카에데가 너무 끈질기니까 거절할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


    “하야토상. 뭘 웃고 있어요?”
    “안 웃고 있거든”

    얼버무리려고 근처의 일본주를 자작으로 따라 마셨다.

    “뭐어, 상관없지만요. 그것보다, 제 그릇에 방어찜 넣는 거 그만둬 주세요”
    “아? 상관없잖아 별로”
    “그만해 주세요. 정말……그렇게 싫으면 남기면 될텐데”
    “까다롭네”

    턱을 괴자 곧바로 “팔꿈치 식탁에 올리지 마세요. 식사중이잖아요” 하고 지적이 날아온다.

    “하나하나 시끄럽네에, 엄마(母ちゃん)냐고, 진짜……”
    “선배야말로, 제가 이런 말 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나이 먹을만큼 먹은 어른이니까”
    “회사 돈으로 맛있는 거 먹게 해준다고 해서 굳이 나와 준 거라고 나는. 조금은 접대같이 대접하라고 바보야”
    “네네……정말, 실패다. 고기 메인인 카이세키로 했는데, 설마 중간에 생선이 나올 줄은 몰랐네. 다음부터 신경써야겠다”
    “다음, 말이지”

    무심코 중얼거리자, 소라가 싱긋 웃었다.

    “인크로의 앨범도 싱글도, 순조롭게 성적 올리고 있으니까요. 사메지마 프로듀서 덕분이에요”
    “아 그래”
    “앞으로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토키군 일도,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
    “감사 인사 정도는 솔직하게 받아주지 않을래요? 부끄러워하는 건 알겠지만”
    “시끄러워 그런 거 아니거든”

    한번 더 자작해서, 홀짝 마셨다.

    스카이리움은 해산이다——그 날, 그렇게 선언했다.
    ‘다음 같은 건 영원히 안 와. 막다른 길의 마지막 대사다’
    자신이 내뱉은 목소리와 소라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끈질기게 귓가에 달라붙어 있다.
    만날 때 마다 아문 상처를 파내는 거라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날을, 싫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추억” 이라는 예쁜 액자에 넣어 장식해 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카에데 녀석……”
    “? 카에데가 뭔가 했어요?”
    “뭐든 대체로 그 녀석 때문이라고”
    “이야기가 안 이어지는데요…… 벌써 취했어요?”
    “안 취했거든”
    “취한 사람은 항상 안 취했다고 하잖아요”
    “시끄러워”

    잔에 남은 걸 한 번에 털어 마셨다.
    ‘그렇지만, 만약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면”
    그런 말은, 내 어디를 때려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네 기타가 제일 좋아

    만약, 그 때.
    소라의 목소리에는, 카에데의 기타에는, 토오루의 드럼에는…… 스카이리움에는, 내 베이스가 제일이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 줬다면’
    지금쯤 다른 미래가 되어 있었을까.


    “바보같아……”
    “? 뭐가요?”
    “어이, 매니저 님. 됐으니까 술 따라”
    “바로 자작해 두고 무슨 말 하는 거에요”
    “그리고, 지금부터 카에데 부른다”
    “뭐에요 갑자기……괜찮지만, 지금 일본에 없을지도 몰라요”
    “알까보냐”
    “진짜 멋대로라니까”

    전화하자, 세 번째 콜에서 “웬일이야, 선배” 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너, 지금 당장 여기로 와”
    “좋아요”

    시원스레 대답하는 그 목소리, 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다.
    ‘뭐야? 언제지’
    알콜에 잠긴 둥실둥실한 머리로 기억의 찬장을 더듬어보자, 의외로 바로 찾아냈다.
    ‘맞다……그때. 밴드 계속하고 싶으면 보컬 데려오라고 했더니 “좋아요” 하고 즉답했지, 이녀석’
    사전 두고 왔으니까 빌려줘, 라고 했을 때의 대답이랑 같은 분위기로 말하고, 엄청난 걸 데려 왔다.


    “너는, 항상 정말……”
    “? 가는 건 괜찮지만, 선배, 여기라는 건 어디야?”
    “여기는 여기라고. 말 안해도 그 정도는 알아차려”

    언젠가 그렸던 미래는 여기가 아니다.
    이걸로 됐어, 라는 건, 전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로 얻은 게 잔뜩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야토상, 역시 취했잖아요. 전화 바꿀 테니까 이리 줘요”
    “여보세요, 선배? 혹시 취했어?”

    진작에 버렸을 터인 소중한 건.
    제대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바—보. 안 취했거든, 하나도”

    귀찮은 걸 생각하는 건 그만두고, 지금은, 일단 웃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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