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FC한정 ss #08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5. 2. 22:23

    2021/5/2

     

     


    “토키군, 나 생각해봤는데”

    히바리는 대파를 썰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왜냐면, 전혀 잘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선 잘게 썰기가 아니라 그냥 토막내기다.

    “요리는 애매한 표현을 자주 쓰는 게 애초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조금이라던가 적당이라던가 중간 온도라던가. 알 거라는 전제로 하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1g은 1g, 180℃는 180℃라고 제대로 말해야 돼”
    “말하려는 건, 대충 알겠어”

    한편 토키는 두부를 손바닥에 얹어서 깍둑썰기 한 후, 조금씩 끓기 시작한 냄비에 넣는다.

    “그치만, 과연 전자렌지는 폭발시키기 전에 알아채 줬으면 한단 말이지이”
    “과거의 단 한번의 실수는 슬슬 물에 흘려보내주지 않을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잊어버릴 수가 없다고”
    “새 전자렌지 사 줬잖아”
    “덕분에 전자렌지 볼 때마다 떠올라”
    “아! 그러고 보니 무 있는데, 넣을래?”
    “안 넣어”
    “에, 어째서”
    “뿌리채소는 불 키기 전에 넣는거야. 이미 늦었어”
    “괜찮잖아 그 정도는”
    “안 괜찮거든. ……앗, 잠깐! 파는 아직 안 넣는다고!”
    “쩨쩨하네에”
    “맛있는 미소시루 만들고 싶은 거잖아”
    “그건 그렇지”

    만들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알려줄게.
    그렇게 말해서 미소시루라고 대답했다. 요리 할 수 있어요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고, 니쿠쟈가보다는 간단할 것 같다는 이유로.
    ‘그건 그렇고, 성실하네”
    이 요리 강좌는, 저번에 토키네 집 냉장고에 식재료를 잔뜩 쑤셔넣었던 답례인 것 같다.

    “좋아, 일단 불 끄고. 끓어오르는 게 멈추고 나서 미소 넣고 나서, 다시 한번 불을……아—! 미소 그대로 집어넣지 마! 국자 써서, 젓가락으로 조금씩!”
    “에—……”
    “귀찮다고 하지 마라”
    “귀찮아”
    “그러니까 말하지 말라니깐”
    “귀찮으니까 싫다고는 말 안 했잖아”

    귀찮고 섬세한 작업이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지는 때라던가. 화가 치밀 때라던가’
    그럴 때, 드럼을 치는 건 절대로 안 된다. 내가 낸 조잡한 소리가 고막에 와 닿는 순간, 침울해지니까.
    ‘그래. 지금은 될 수 있으면 드럼 치고 싶지 않아’
    들은 대로 젓가락으로 미소를 녹이고 있자, 닳은 손가락 끝이 시야 구석에 들어온다. 고양이가 그려진 반창고는, 저번에 미츠루에게 받은——.
    ‘그만두자’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우울해지니까.

    “그래그래. 나쁘지 않지”
    “에? ……미안, 무슨 얘기?”
    “귀찮고 섬세한 거 질질 끌면서 하고 싶어 지는 때가 있지, 라는 얘기”
    “아아, 응”
    “참고로, 요리도 좋지만 다림질도 꽤 좋아”
    “우와아 수수해……”
    “그러는 히바리는 할 수 있는 거냐고”
    “의류는 대체로 클리닝에 갖다 맡기고 있어”
    “못 하는 거네”
    “해 본 적이 없다구요!”
    “네에네에”

    토키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
    ‘정말. 토키군 완전히 기운 났잖아’
    기쁘고 안심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조금 빨랐으면 좋았을텐데.

    ——알면서 입 다물고 있던 건가

    또, 그 때를 떠올린다.
    ‘……별로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저,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 뿐.
    미츠루가 형 토우야를 질릴 정도로 존경하고 있다는 건,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정말…… 남의 마음도 모르고. 바보”
    “응? 무슨 얘기야”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토키군, 내친김에 오늘 다림질도 가르쳐 주지 않을래?”
    “좋아. 뭣하면 내일은 미소시루 재료로 힘줄 뽑는 연습이라도 할까”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정말. 컨디션 좋을 때의 토키는 이렇다니까’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이건 아마 엄청 배려해 주고 있는 거다. 그 닿을듯 말듯 한 거리감과 배려에 안심하고, 기분이 바로 얼굴에 나오게 된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내일은 슬슬 드럼 치고 싶은 기분일까나” 하고 쓴웃음으로 대답했다.

    '디그니티 프로덕션 >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5/5 토비쨩 생일 ss  (0) 2021.05.05
    FC한정 ss #08 루비레  (0) 2021.05.02
    5/2 미츠루 생일 ss  (0) 2021.05.02
    FC한정 ss #07 인크로  (0) 2021.04.04
    FC한정 ss #07 루비레  (0) 2021.04.0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