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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8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5. 2. 22:25

    2021/5/2

     


    “와아, 넓다!”

    교외에 있는 회원제 대형 슈퍼에 들어서서, 하이지가 큰소리를 냈다.
    옆에서 걷던 쿠로노도 무심코 “엄청나네” 하고 중얼거렸다.

    “과연, 창고형 가게라고 할 만 하네”
    “정말, 너무 넓어서 눈이 돌아갈 것 같아요. 사진이나 영상을 봐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식료품이 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있네. 가전제품이나 일용품, 의류까지 있어”

    가까운 선반을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걷는다.
    오프 날에, 둘이서 외출하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이지가 “운전해 주지 않으실래요” 하고 먼저 얘기했다.

    “한 번 와 보고 싶었어요. 그치만,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든 곳에 있고, 식료품도 양이 많으니까 두명 사는 집에서는 주체가 안 될 것 같아서”
    “한꺼번에 살 수 있는 건 우리 집도 다행이야. 운전이라면 언제든 해 줄테니까 부담없이 얘기해 줘”
    “네, 감사합니다”

    왠지 신기한 게 많아서 원래 예정에 없었던 주방용품을 몇 가지 담고, 목적이었던 신선식품을 음미했을 때 쯤, 하이지가 멈춰섰다.

    “아, 쿠로노상. 이거 보세요, 저 커다란 티라미수. 맛있대요”
    “이건……확실히, 꽤나 위험하네”
    “위험해요?”
    “아마, 냉장고에 넣어 두면 다음날 아침에는 없어져 있어”
    “엣……아카네상, 그런 기세로 먹어 버리는 거에요?”
    “어린애처럼 먹어, 특히 단 음식은”

    주눅들지 않고 “맛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하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한숨 섞인 말을 뱉자, 하이지가 조금 웃었다.

    “그렇게나 기뻐하면 사 가요”
    “그렇지만, 열이 내렸다고는 해도, 이걸 한 번에 먹는 건 아무리 그래도 몸에 나쁠 거 같아”
    “식욕이 있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조금만 더 사이즈가 작았으면……”
    “그러면 이것도, 저랑 반띵해요. 어때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저번에, 고열로 쓰러진 아카네는 의사에게 자택에서 요양하라는 말을 듣고, 지금도 집보기 중이다.
    당분간은 얌전히 있으라고 따끔하게 말했지만, 열이 내린 순간, 몰래 편의점에 갈 정도로는 한가함을 주체 못 하고 있다.
    옛날부터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정말’
    곤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리운 기분이 북받쳐오른다.
    ‘얼마만일까. 이렇게나 마음을 졸이는 건’
    눈을 떼면 총알처럼 튀어나가 버리는 어린 아카네의 모습과, 저번의 스테이지가 겹쳐진다.
    서 있는 것 조차 불안할 정도의 고열으로, 많은 사람이 관련된 이벤트의 진행을 멋대로 변경한 끝에, 원래부터 예정되어 있던 퍼포먼스인 척 하면서 만족한 듯이 웃었다.
    조금도 완벽하지 않아. 실수투성이다.
    그렇지만, 최고로 즐거웠다.

    “쿠로노상?”

    왜 그러세요, 하고 묻고 싶은 듯한 눈으로 하이지가 이쪽을 본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뭘 하든 조심스러웠던 그가, 지금은 외출하자고 얘기해 주고, 실수하면 “그건 어떨까 싶은데요” 하고 혼내 준다.
    시간관념이 루즈하고 멍청한 소리만 하는, 아무리 만나도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남자도, “아카네가 불쌍해” 하고 진심으로 화내 주었다.
    ‘모범적인 길만 걸어왔던 건 아니지만, 정답 중 하나에 도착했어’
    우리 둘은, 둘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이지, 돌아가는 길에 우리 집에 들를 거지?”
    “네, 실례할게요. 산 거 소분해야 되고”
    “그럼 케이크랑 같이, 이 커다란 피자도 사 가자”
    “에, 그래도 돼요?”
    “되는 걸로 하자.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마시로도 부르고”

    가끔은 탈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칼로리 괴물 같은 케이크와 피자를 카트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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