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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0 토키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5. 30. 23:35


    여름같은 더운 날도 있지만, 장마 때 추울 걸 생각하면 아직 긴팔옷을 집어넣을 수 없다. 신학기는 잘 극복했지만, 골든위크로 쉬고 나니까 왠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 시기의 제철 과일도 딱히 없으니까, 부모님이 준비해 주는 생일 케이크는 “계절 프루츠 케이크” 같은, 애매한 이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생긴 친구가 “그러고 보니 생일 언제야?”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쯤에는, 이미 과거의 날짜가 되어 있거나 한다.

    5월 30일은, 대체로 그런 날.

    “어중간하단말이지이”
    “토키, 뭔가 말했어-?”
    “아니, 별로. 그것보다 너 머리 말리라고”
    “에—. 귀찮고 더운걸”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컵아이스크림의 뚜껑을 할짝 핥았다.
    알바가 끝나고 돌아온 저녁. 당연한 듯이 쳐들어와서 샤워하러 달려들어가고, 눈 깜짝할 새에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조금 전에 멋대로 우리 집 냉장고에 던져넣었던 바닐라맛이다. 자고 갈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몇번째지, 같이 생일 맞는 거’
    집이 가깝고, 부모님끼리 아는 사이고, 같은 학교.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게 일상으로, 만약 무슨 예정이 있더라도 그 날 중에는 “축하해” 정도는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소꿉친구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 그렇다.


    “토키 있지”
    “응—“
    “생일 모레잖아. 선물 뭐가 좋아?”

    직구.
    그보다, 어째서 그거 지금 묻는거야. 에스퍼냐고?

    “아, 다같이 주는 선물이랑은 따로야”
    “……그거 말해도 되는 거야?”
    “그치만 토키 어차피 알고 있잖아. 그래서, 갖고 싶은 거 없어? 아, 그치만 비싼 건 패스!”
    “그럼, 지금 막 마감일 닥쳐있는 신곡”
    “윽……”

    과장되게 가슴을 쥐어뜯으며 츠구미가 쓰러졌다.

    “어—이 눕지 마라~. 바닥 젖는다고~”
    “무리야…… 토키가 심술궂은 말 하니까 일어날 수 없어……”
    “뭐든 괜찮다고 했으면서”
    “어쩔수 없잖아! 그런 때도 있는 거잖아!”
    “네에네에”
    “그리고, 마감이라고 해도 다음 대반때까지 되면 한다, 정도고…… 시간 못 맞추면 발매 못 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죽지 않지”
    “으윽, 젠장—……!”
    “뭐, 힘내라”

    라고는, 말했지만.
    너한테 생일선물은 앞으로 평생 받지 않아도 된다.


    중학생이 되고 악기가 갖고 싶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말해서 기타를 샀다.
    새 교복을 입기 직전, 봄의 일이다. 생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용돈을 미리 받고, 계속 모으고 있던 세뱃돈을 털어서 산 건 스트라토캐스터. 있는 힘을 다해 손에 넣은 첫 파트너로, 츠구미의 콧노래를 어떻게든 연주했다.
    들려주자, 츠구미는 곧바로 새로운 콧노래를 만들었다. 그 이름도 ‘토키가 처음으로 기타 샀다’라는 엄청나게 촌스러운 타이틀의 짧은 프레이즈. 그런데도, 묘하게 멋있었다.
    ‘어떻게든 앞뒤가 맞게 된단 말이지”
    시원찮은 생일이 별볼일 없이 끝나려던게, 뒤집어져서 플러스가 되었다.


    “있지—토키”
    “응—?”
    “밖에 말야”
    “덥다고 나한테 말해도 어떻게도 안 되니까 아이스 먹어”
    “그게 아니라. 비 오는데”
    “아 그래”
    “빨래”
    “! 이런, 까먹고 있었다!”

    다급하게 헤드폰을 벗어던지고, 베란다에 뛰쳐나가 말리던 티셔츠를 붙잡았다. 그러나 늦었다. 축축하고 무겁다.

    “젠장…… 이러니까 이 계절은……”
    “정말~. 어쩔 수 없네~”
    “남의 불행을 비웃지 말라고. 걷는 거나 도와줘”
    “토키 옛날부터 그런 부분 있지~”
    “어떤 부분이냐고”
    “음악 하고 있을 땐 다른 거, 전부 어딘가에 가 버리는 거!”

    웃으면서 일어선 츠구미가, 기타와 앰프를 가리켰다.

    “그니까. 오늘은 네가, 다음 대반에서 기존 곡 어레인지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갑자기 말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치만, 테스트 7월이고, 지금이라면 시간 있다고 토키가 말하니까 말야~”
    “말했지, 말했지만!”
    “말했잖아”
    “아. 나 지금 생각났어, 생일에 갖고 싶은 거”
    “뭔데”
    “제습기”
    “에—. 잘 모르겠지만 그거, 절대로 비싼 거……앗”
    “? 뭔데”

    대답하지 않고, 츠구미는 베란다 밖을 가만히 바라봤다.
    같은 시선의 끝을 본다. 비에 흠뻑 젖은 하늘은, 노을지는 해로 희미하게 밝다. 옅게 연기처럼 퍼지는 햇빛과, 막 들어오기 시작한 가로등 불빛에, 빗방울이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다.
    ‘그치기 직전이네, 이거’
    그렇게 말하려고 하는데 츠구미가 돌아봤다.
    머리카락에 젖은 물방울을 매단 채로, 이쪽을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토키, 들을래?”

    뭘, 하고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 날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하지”

    왜냐면 사실은, 너한테 선물은 365일 언제든 받고 싶으니까.


    ——HAPPY BIRTHDAY!
    2021.05.30/T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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