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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 히바리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6. 6. 01:42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 히바리는 소파에 파묻혀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이런, 잠들어 버렸다’
    권해 와서 오랜만에 마신 알코올과, 장난으로 보기 시작한 상어 영화가 너무 시시했기 때문에, 어느 샌가 잠들어 버린 것 같다.
    오늘은 생일이고, 셋이 축하하러 집까지 와 줬다. 그렇다고는 해도, 특별한 건 하지 않았다. 케이터링 저녁을 조금 호화롭게 먹고, 날짜가 바뀐 순간에 건배한 정도였다.

    “츠구쨩, 그런 데서 자면 감기 걸려”

    똑같이 잠들어 버린 츠구미가 대자로 바닥에서 자고 있는 걸 눈치챘다. 가볍게 흔들어 봤지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아침부터 알바였다고 했다. 피곤한 거겠지.
    ‘오늘 와 줘서 정말 고마워’
    깨우지 않도록, 살짝 담요를 덮어 준다. 어질러진 소파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자, 문득 욕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 토키군일까나. 미츠루는……’
    없다. 가방은 던져 둔 그대로니까, 집에 돌아간 건 아닌 것 같다.
    ‘바깥 공기 쐬러 나간 건가, 편의점인가’
    평소대로, 제각기 유유자적하고 있는 세 명에 안심한다.


    한 달 정도 전, 히바리는 츠구미에게 “내 생일에 서프라이즈 필요 없으니까” 하고 강하게 선언했다.

    “에-! 어째서”
    “나 생일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차피 서프라이즈 안 돼”

    인크로 멤버의 생일은 2개월 사이에 꼭 들어차 있다. 토비쿠라, 미츠루, 토키에 이어서 나는 네번째로, 그 3일 뒤는 츠구미의 생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생일날 아침에는 반드시 본가에서 어머니가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니까, 잊어버리는 게 더 어렵다.
    꽃병 없으니까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도 안 들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자, 츠구미는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는데에” 하고 조금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츠구쨩에게는 미안하지만, 서프라이즈도 싫어하고’
    눈치 못 챈 척을 해야 한다던가, 놀란 얼굴을 하는 편이 좋을지도라던가, 내용이 별로여도 웃고 있자라던가. 어쨌든 쓸데없이 신경을 써야 하고, 내용물에 따라 선물도 낭비하게 된다. 집에는 최대한, 내가 맘에 드는 것과 필요한 것만 놔두고 싶다. 그렇지만, 골라 준 마음을 생각하면, 갑자기 버리는 것도 과연 저항이 있다.
    ‘그냥 기뻐하면 되는데 말이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이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왜 그래, 타나카상”

    딸랑, 하고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둥글게 말고 있던 검은 고양이가 일어선 것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 건 거의 동시였다.

    “돌아왔어”
    “어서와, 미츠루. 어디 갔던 거야?”
    “잠깐 바깥 공기 쐬고 싶어서. 그러는 김에 편의점”

    역시, 하고 말하기 전에 미츠루가 빠르게 다가왔다.

    “아이스크림인데 셰이크같은 거 사 왔어. 맛있대. 같이 먹자”
    “지금부터?”
    “츠구미 자고 있으니까 아침에 먹어도 좋아. ……그보다 히바리, 아직 눈치 못 챘어?”
    “? 무슨 얘기야?”
    “무슨 얘기라고 생각해?”

    싱글거리며 말하고, 미츠루는 발치의 타나카상을 안아올렸다.
    또, 딸랑 하고 방울 소리가 들린다.
    ‘……어라?’
    그때 처음으로 눈치챘다.

    “잠깐 타나카상, 그 목걸이……”
    “아, 드디어 눈치챘다”

    놀라서 미츠루를 보자,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목걸이의 방울이 떨어져 버렸단 말이지. 마음에 들었던 거라 같은 거 사 둘까 싶어서

    그 얘기, 미츠루한테 했던가?
    ‘그게 아니라!’
    왜, 어째서, 설마.
    어떻게 말할지 곤란해하고 있자, 토키가 욕실에서 돌아와서 “뭐야, 벌써 일어나 버린 건가” 하면서, 냉장고를 열었다.

    “토키군, 뭐 하는 거야”
    “뭐라니, 샤워 하고 맥주 마시려고”

    시원스럽게 말하고 캔맥주를 연다.
    ‘설마’
    급하게 탈의실로 갔다.
    문에 새 폭신폭신한 바스타올이 걸려 있었다. 욕실은 반짝반짝 청소돼 있고, 분명 쓰다 만 상태였을 샴푸와 컨디셔너는 가득 차 있고, 새 바디소프까지 놓여 있다.

    ——일년에 한 번, 생일에 한꺼번에 타올을 새로 사다 바꾸고 있어
    ——바디소프, 다음에는 산뜻한 향으로 할까나. 지금부터 더워질거고

    확실히 말했다.
    ‘그치만, 언제 말했더라?’
    너무 사소한 대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깐…… 토키군, 미츠루!”

    거실로 다시 돌아간다.
    거기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키친 카운터에 놓여 있는 심플한 유리 꽃병.
    ‘언제부터?’
    토키와 미츠루는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츠구미 녀석, 자기가 먼저 말한 주제에 자 버려서 말야. 일어나면 절대로 배아파하겠지”
    “그렇지. 아침에, 택배로 꽃이 도착하면 제대로 깨우자”
    “어떻게 된 거…… 뭐야 이거”

    간신히 그것만 말하자, 둘은 장난스럽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뭐라니. 글쎄?”
    “응. 생일 축하해. 히바리”

    당했다. 정말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게다가, 받은 건 갖고 싶었던 거나, 쓰는 데 익숙해진 것 뿐.

    “그치만…… 이런 거 괜찮다고, 나, 츠구쨩한테”
    “츠구한테 말한 점에서 운이 다한거야”
    “히바리가 깜짝 놀라 줘서 다행이다”

    둘다 “한방 먹였다”는 얼굴로 웃고 있다.

    “정말……그러니까 싫다고”

    간신히 싫은 말을 내뱉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버려서, 박력이 부족했을 게 틀림없다.



    ——HAPPY BIRTHDAY!
    2021.06.06/HIB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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