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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 한정 ss #02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2. 3. 17:27

    내심 곤혹스러워하면서, 쿠로노는 다시 한 번 바 안을 둘러보았다.
    은은한 조명, 촉촉히 빛나는 석조 바닥, 잘 닦인 글라스, 절묘한 타이밍의 서빙. 손님들의 조용한 대화는, 윤곽을 이루기 전에 어두운 가게의 구석으로 사라져간다.

    ‘좋은 가게다. 엄청’

    외식은 꽤나 좋아하지만, 너무 시끄러운 가게와 더러운 가게는 조금 거북하다. 맛 이전의 문제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져 버린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가게에……”
    “이런 가게라니. 너 말야”
    “아, 아니……아니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
    “네네, 알고 있어요. ‘어째서 이런 좋은 가게에 마시로랑’이라는 쪽의 ‘이런 가게’지”

    딱히 기분이 나쁜 듯하지도 않게 마시로가 시치미를 뗀다.

    연습이 끝나자, 밖은 이미 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혼자서 먹을 예정이었던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에 잠겨 있었더니 “밥 먹고 가지 않을래?” 하고 마시로가 갑자기 제안해 왔다.
    마시로랑 새삼스럽게 가게에서 식사, 게다가, 단둘이서.

    ‘왠지 당황스럽네……’

    애초에 이 마음 편한 공간과, 마시로의 인상이 어떻게 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단골이라고 하니까 더 놀라 버렸다.

    “너, 솔직히 말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던가 싫어하잖아. 북적거리고 시끄러우니까”
    “……뭐어, 조용한 쪽을 좋아하긴 한다만”
    “나도, 밥보다는 술 마시고 싶으니까 말야. ……아, 혼자서 마셔서 미안~”
    “그건 상관없지만 내 차에 기대하지는 마. 절대로 안 데려다 줄 거니까”
    “네네. 아—……아카네 녀석, 지금쯤 접대로 좋은 밥 먹고 있겠지~”
    “아카네상은 밥 먹으러 간 게 아냐. 일이다”
    “알고 있다니깐요. 왕님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그보다 나는 하이지 쪽이 걱정이야”
    “아, 오늘 무슨 용무인지 들었어?”
    “아니……구체적으로는”
    “그치, 나도”

    마시로가 들고 있던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

    “애매모호하게 말했으니까 집안일일지도. 너, 너무 캐묻지 말라고”
    “알고 있어”
    “그 표정, 알고 있다는 표정이냐고”
    “신경 쓰는 정도는 괜찮잖아. 그녀석은, 중요한 일일수록 말 안하니까”
    “오니쨩 과보호”
    “시끄러워”
    “너 의외로 형 캐릭터란 말이지. 뭐, 실질적으로 아카네의 오니쨩같은 거고 말야”
    “아무렇지도 않게 터무니없는 말 하지 마”
    “엣……터무니없다니 뭐가?”
    “나는 시중 담당으로 히구라시 가에 실례하고 있을 뿐이다. 형제라니 뻔뻔스러워”

    ——쿠로노, 우리 아카네를 잘 부탁하지.
    그런 말을 들은 날을,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면……그건 아카네상을 위한 거라기보다, 나와 아버지를 위한 거였던 거겠지’

    아버지 혼자에 아들 혼자인 가정은, 남이 보기에 의지할 수 없게 보였겠지. 아버지는 당시부터 일로 바빴고, 나도 아직 어렸다.

    “헤—에”
    “……뭐야, 빤히 쳐다보고”
    “별로. 그냥, 깜짝 놀랄 정도로 돌머리구나~하고 생각해서”
    “하?”
    “언제까지나 그렇게 타인처럼 굴고 있으면, 아카네쨩 울어 버릴지도 몰라?”

    깜짝 놀라서,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평소의 농담하는 말투는 아니었으니까.

    ‘아카네상이 그런 걸로 울 리가 없어’

    재능으로 흘러넘치고, 눈부시고, 가끔 억지부리고, 한 번 결정한 건 절대로 해낸다. 실제로, 내 도움 같은 건 거의 필요 없다. 기타 이외의 일에는.

    ‘그렇지만, 상처받는 일도 있어’

    그의 재능을 이해하는 사람, 칭찬하는 사람, 타고난 환경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가 스스로 필요 이상의 커다란 책임을 지고, 항상 자문자답하며, 최선을 모색해서 계속해 나가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은 굉장히 적다. 하물며,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은, 대체 얼마나 있는 것일까.

    ‘역시, 아카네상의 판단은 정확했다’

    주저없이 루비아를 해산했던 것은.
    새로운 멤버를 모아서, RUBIA Leopard로서 데뷔했던 것은.

    ‘그 날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지금, 떨릴 정도로 기쁘다.

    “? 왜 그래, 쿠로노. 입 다물고”
    “……아무것도 아냐. 너의 뻔뻔하게 프라이버시에 파고드는 발언에 질려서 말을 잃은 것 뿐이다”
    “엣, 나 방금 그렇게나 상식에서 벗어난 말 했어?”
    “나와 아카네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들을 이유는 없어 쓸데없는 참견이다 대머리”
    “아—……그렇게 매도하는 거, 오랜만에 듣는 거 같네”
    “타인의 신체적 특징을 헐뜯는 건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걸 알았으니까 최대한 참기로 했다”
    “아니, 잠깐잠깐. 말해두겠지만 나, 아무 데도 안 벗겨졌으니까!?”
    “시끄러워, 목소리가 크잖아”
    “즐거우신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바텐더가 나타나서 “오늘의 에피타이저입니다” 하고 접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큰 소리를 내서”

    바텐더는 조금도 싫은 얼굴을 하지 않고 “아닙니다” 하고 웃고, 마시로를 향했다.

    “그리고 후유키사마, 오늘 영수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수증?”

    가게에 오고,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마시로는 어째선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아—……영수증은 안 주셔도 되고, 각자 낼게요” 하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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