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1/11 마시로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2. 7. 20:36

    “아—아, 지쳤다아”

    투덜거리면서 마시로가 차에 타서, 뒷좌석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오늘은 촬영이 계속 이어져서, 벌써 한밤중이다.

    오랜 시간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던 시트는, 천천히 스며들듯이 차갑다.

     

    “완전히 겨울이네에”

     

    무심코 중얼거리자, 이와하라가 바로 히터를 틀었다.

     

    “오, 땡큐. 간쨩”

    “천만에요”

    “우와. 진짜다. 차 안 춥네”

     

    하이지가 놀란 듯 말하고 “벌써 11월이니까요” 하고 중얼거린다.

     

    “아카네상, 이쪽으로”

    “땡큐”

     

    아카네와 쿠로노가 뒷좌석에 앉고,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최근, 갑자기 엄청 추워졌지”

    “슬슬 본격적으로 겨울이네요”

     

    아카네와 쿠로노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둥 하면서,

    ‘겨울인가. 겨울 말이지’

    문득, 고향을 떠올린다.

    ‘엄청 춥고 엄청 시골이고…… 어라, 나, 몇 년이나 안 돌아갔던가?’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 신기했던 건 처음 1, 2년 뿐으로, 최근은 별다른 감정도 없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차창 밖을 보고 있자,

     

    “마시로. 너, 내일 딱히 용무가 없으면 우리 집 와”

     

    갑자기 그런 말을 들었다.

     

    “내일? 오늘이 아니라?”

    “우리 집은 숙박시설이 아니야”

     

    일부러 장난치듯 말하자, 바로 화난 듯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괜찮잖아,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어차피 내일 오프고”

    “집에 가”

    “그보다, 어째서 내일?”

     

    의아해하자, 조수석의 하이지가 싱글거리며 이쪽을 돌아봤다.

     

    “최근 달력 안 보고 있나요?”

    “달력?”

     

    고개를 갸웃하며 하이지를 봤지만, 가르쳐 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베이스 케이스 포켓에서 폰을 꺼내서, 달력의 숫자에 눈을 좁혔다.

     

    “……아. 혹시 내 생일?”

    “후후, 정답입니다!”

    “에—거짓말. 설마, 다같이 축하해 준다거나 하려는거야?”

    “거짓말이라는 건 뭐야. 불만 있냐”

    “어째서 너는 하나하나 싸움 거는 거야……”

    “지난달에, 제 생일을 축하해 주셨잖아요. 들었어요. 마시로 상의 제안이었다고”

    “아—……뭐어, 알게 됐으면 그거야 축하하고 싶어지잖아”

     

    소리내서 말하는 건 조금 꺼려지지만.

    ‘그치만, 이러쿵저러쿵해도 루비레 계속하고 있는걸’

    데뷔 당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나, 처음으로 소개받았을 때, 하이지는 19살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말이지’

    가능한 한 오래 계속할 수 있도록, 이라니.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지 않고, 그렇지만 기대는 버리지 않고, 서로 으르렁대고 있던 때의 자신이 그립게조차 느껴진다.

     

    “뭐, 괜찮으니까 와”

    “네네. 왕님의 명령이라면 기쁘게”

    “그런데 의외네”

    “? 뭐가”

    “너, 기념일이라던가 생일이라던가 한달 전부터 파악하고 있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어”

    “그거, 자주 듣는 말이지만. 기억하는 건 내가 아니란 말이지”

    “아—. 여자가?”

    “그래그래. 기념일이라던가 좋아하잖아”

    “너……”

    “엄청 마시로상답네요”

    “에, 잠깐. 쿠로노는 어쨌든, 어째서 하이지까지 차가운거야?”

    “그래도 뭐어, 최근 한 달 정도 일 삼매경이었으니까”

    “그래그래. 일하고 일하느라 올해는 그럴 여유가……응? 잠깐, 아카네. 저기 말야”

    “뭐야”

    “오늘까지 그렇게나 바빴는데, 어째서 내일 갑자기 휴일인거야?”

    “글쎄”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왕님이 웃는다.

    그뿐 아니라 나머지 둘도(아마, 운전석의 간쨩도).

     

    “어쩌다 우연인 거 아닐까요? 그쵸, 쿠로노상”

    “그렇네, 분명 우연이다”

    “이런. 마시로, 집 앞에 도착했다고”

    “잠깐……뭐냐고, 다같이”

     

    언제부터 우리들 이런 식이었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잘 모르겠다.

    ‘뭐어, 상관 없지만’

    맛있는 밥과 술을 즐길 이유로는 —약간의 간지러움을 참아낸다면— 뭐어, 나쁘지 않다.

     

    “뭐,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느긋하게 지내자고”

    “네네. 그럼 내일 봐”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져서,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아, 맞다. 마시로”

     

    아카네가 가방에서 서류 케이스를 꺼내, 이쪽으로 내밀었다.

     

    “너한테 줄게”

    “? 뭐야 이거”

    “앨범 자켓 샘플”

    “오. 벌써 나왔구나”

    “Your presence soothes me”

    “……하? 에, 뭐야?”

    “자켓 찍을 때 너한테 들게 했던 꽃 말야. 그거, 우리가 고른 거니까”

    “하......?”

    “해피 버스데이, 마시로”

     

    선명한 미소를 남기고, 차가 천천히 달려간다.

    시간은 마침 0시를 지나고 있었다.



    ——HAPPY BIRTHDAY!

    2020.11.11 MASHIRO

     

     

     

     

     

     


    *자켓에서 마시로가 들고 있는 페튜니아의 꽃말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