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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3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2. 12. 09:01

    *RED를 듣고 나서 읽는 걸 추천

     

     

     

     

    “다음, 마시로상 차례에요”

     

    하이지가 돌아보며 말하자, 카운터에 있던 마시로가 일어서, 다트를 집었다.

     

    “아니~. 다트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잘 하네 하이지”

     

    진심으로 감탄한 듯이 말해서, 간지럽다.

     

    “다트바, 즐겁네요. 빠져 버릴 것 같아요”

    “참고로 하이지, 앞으로 몇점?”

    “엣또……12점일까나”

    “오, 슬슬 피니쉬. 질 것 같아서 초조하네—“

    “그렇지만, 이럴 때에 한해서 어쩐지 불에 들어가 버리니까요”

    “하하, 그럴 수도. ……욧”

     

    눈을 가늘게 뜨고, 셋업에서 릴리즈. 손을 벗어난 다트는 깔끔한 곡선을 그리고, 20의 트리플에 꽂혔다.

     

    “우와!”

    “이걸로 남은건 32점”

     

    타겟보드 앞에서 돌아온 마시로는, 스툴에 살짝 걸터앉아, 남은 칵테일을 입에 댔다.

     

    “설마, 아까부터 점수 조절하고 있었어요?”

    “뭐 그렇지”

    “에에……대단해. 이길 것 같지 않네요”

    “제로원 패배하지 않는 나, 세간의 평가 그대로지”

    “마시로상은 진짜 뭐든 잘하네요”

    “유일한 장점 같은 거인걸. 특히, 인기 있을 것 같은 건 대강 뭐든 할 수 있어”

    “스스로 말해버리네요, 그거……”

    “말해버리지.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한 거에요?”

    “열심히 했고말고요. 시골 출신이었으니까, 나. 엄청 애썼다고”

     

    그렇게 말하고 칵테일을 다시 한 모금.

    ‘전혀 노력하는 것처럼 안 보이는 게 엄청나단 말이지’

    잠깐 놀고 갈래? 하고 가볍게 다트바에 데려와서, 익숙한 듯 마티니를 주문.

    ……라고 말하면, 조금 너무한 것 같기도 하지만.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안 좋게 보이지도 않아서 신기하다.

     

    “놀이에서 애쓰는 만큼 수확량이 좋아지잖아? 그래서, 한때 빠져 버려서”

    “마시로상, 그 말투”

     

    그 얘기를 안 했으면 멋있었을텐데.

    솔직하게 그렇게 말했더니 “이제와서 하이지한테 멋있는 척 할 필요 있어?”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 그렇다.

     

    “뭐, 베이스 하기 시작한 계기도 인기 있을 것 같아서였고. 결과 올라잇이잖아”

    “마시로상답네요”

    “그래서, 하이지는 어째서 그렇게나 다트 잘 하는 거?”

    “이유는 딱히 없지만요, 우리집에 있었어서”

    “아—그렇구나. 드럼도 그랬고, 하이지, 꽤나 아버지 리스펙트하네”

    “……그렇네요. 엄청 영향 받았아요”

     

    아버지라고 할까, 삼촌이지만.

    그렇게 말하려던 직전에 그만뒀다.

    ‘지금 내가 “우리집”이라고 했으니까. 맞춰 준 거야, 분명’

    편부모 같은 건 요즘은 드물지도 않아——이전에, 마시로가 그렇게 말해줬을 때를 떠올린다.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눈치챘다. 항상 자신은 “진짜 아버지가 아니다” 라는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

     

    “마시로상은, 그런 점이 있지요”

    “? 무슨 얘기?”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할까”

    “뭐야그거, 넘해”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얼굴로 “상처받았어” 하고 웃는다.

    ‘왠지 신기하다’

    루비레 결성 초 당시에는 다들 “타인”이었다. 자라온 환경도, 가치관도, 전혀 얽히지 않는 넷이 모여서 갑자기 스타트했던 거니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음악성을 서로 확인하는 것조차 한 번도 없었다.

    그 소리, 킵해둬 줘——가입이 결정됐을 때, 나에게 아카네가 말한 건 그것 뿐.

    ‘그때는, 그걸로 됐던 것 같지만’

    입을 열자마자 첫마디가, 웃는 얼굴로 “다같이 사이좋게 하자고!” 같은 말을 했다면. 긴장하고 있던 나는 점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채로, 더욱 패닉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내가 마시로상이랑 이렇게 얘기하는 날이 오다니’

    루비레가 없었다면, 분명 알게 될 일조차 없었다. 공통점이 너무 없어서 말 붙일 계기조차 못 찾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랑 3년 이상의 시간, 밴드의 리듬을 지탱하면서, 지금은 한 손에 술을 들고 다트로 놀고 있다.

     

    “나도, 다트랑 드럼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집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베이스 치고 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 그건 곤란하네에”

    “저기, 마시로상. 담배 한 대만 주세요”

    “갑자기 무슨 일이야”

    “조금 펴 보고 싶어져서”

    “에—. 나, 책임 중대한 거 아냐? 어른으로서”

    “저, 이미 진작에 미성년자 아니거든요”

     

    뾰로통해져서 말하자, 마시로는 “그러고보니 그렇네” 하고 중얼거리고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이쪽에 건넸다. 그리고,

     

    “쿠로노한테는 절대로 비밀이야”

     

    하고, 마치 견본 같은 깔끔한 윙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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