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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3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2. 12. 09:02

    *BLUE를 듣고 나서 읽는 걸 추천

     

     

     

     

    라이브하우스에서 울 만큼 울고, 불어터진 눈과 질척하게 젖은 얼굴인 채로 눈사태처럼 이자카야에 끌려와서, 잔뜩 술을 마셨다.

     

    “토—비쨩. 자, 한잔 더”

     

    이제, 몇 잔 마셨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따라주는 대로 마셨다. 평소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그 정도로 해 둬”라고 말할 것 같은 카에데는, Impish Crow의 멤버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기, 카에데 니쨩. 맥주랑 레몬사와 중에 뭐 마실래?”

    “그렇네. 사와로 하지”

    “헤에. 싼 술도 마시는구나”

    “어이, 히바리”

    “학생일 땐 자주 왔다고. 이자카야”

     

    라이브 후에 마시면 최고로 맛있었지——밝은 카에데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그 말의 의미를 곱씹을 틈도 없이 또 눈물이 났다.

    ‘안돼. 오늘은 이제 뭘 들어도 눈물나’

    별 것 없는 한마디에, 체내의 수분이 점점 밀려나온다. 마음 한 켠에 계속 응어리져 있던 단단한 게 한번에 녹아서, 눈꼬리로 넘쳐서 부풀어오른다. 눈에서 흘러넘친 수분을 어떻게든 보충하려고——냉정하게 생각하면 보충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맥주잔을 한번에 비웠다.

     

    “토비쨩, 괜찮아?”

     

    어느새엔가 옆에 와 있던 츠구미가, 불쑥 이쪽을 들여다본다.

     

    “괜찮아, 요”

    “존댓말 안 써도 되니까”

    “그치만……”

    “그치만?”

    “하야토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절대로 싫은 얼굴을 할 것이다.

     

    “사메지마상이랑 사이 좋네에. 토비쨩”

     

    그렇게 말한 츠구미가 너무나도 환한 미소였으니까,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위험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혀 사이 안 좋아……”

    “거짓말거짓말”

    “거짓말 아냐…… 진짜 그 사람, 심술쟁이에. 뭐만 하면 개못한다고 말하고…… 다시는 안 볼거라고 말했고”

     

    스스로 말한 생각한 것 보다 큰 목소리에, 다시, 대량의 수분이 밀려나왔다.

     

    “눈 딱 감고 전화했더니, 누구세요라고 하고……!”

     

    차갑게 말하면 포기할거라고 생각해서.

    내가 아직도 상처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치만, 이제 “미안해요”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말하면, 상처받은 걸 숨기지 못한 얼굴로 “무슨 얘긴지 모르겠네”라고 말할 게 당연하니까.

     

    “그치만 나, 그런 말 들어도, 이제, 음악 포기하지 않을거고……포기하지 않을거라고 결정했고”

     

    계속,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의 인크로에 필요한 것. 내가 인크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나는, 최고의 사운드 프로듀서를 알고 있으면서, 계속 말하지 않고 있었다’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내 멋대로, 언젠가의 꿈을 겹쳐 보고 있었던 주제에.

    사실을,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중에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 반복. 그렇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항상 그게 걸려 있어서, 계속 무거웠다.

     

    “그러니까, 그런데……하야토상 바보……!”

     

    과감하게 그렇게 토해내자, 요시요시, 하고 상냥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말. 그사람, 가끔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전부 들여다 보이는데. ……그치, 소라 선배”

     

    손을 쿡쿡 찔려서,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에, 나?”

    “응. 저기, 부탁이 있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선배밖에 해줄 수 없는 거”

     

    그렇게 말하고, 그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다음에 노래방 가서, 나랑 같이 노래부르자!”

     

    언제까지나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내가 바보같아지는, 맑게 개인 하늘.

    ‘츠구미군은 언제나 그래’

    어느 새엔가 깜짝 놀랄 정도로 가까이에 있어서, 고개를 숙이고 멈춰서 있는 내 발밑을 밝혀준다.

     

    “무슨 말 하는 거야, 정말…… 노래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에—어째서. 평생의 소원이야!”

    “절대로 싫어”

     

    너무나도 즐거운 듯이 말하니까, 덩달아 웃고, 웃으면서 울었다. 전혀 멈추지 않는다.

    ‘뭐 괜찮나’

    왜냐면, 비는 언젠가는 그치고.

    폭력적인 양의 물이, 터무니없는 시간과 거리를 떠나서, 먼 미래를 적시기도 한다. 밀려 흘러간 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거기에는, 새로운 바퀴 자국이 만들어져 간다.

     

    그것을, 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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