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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6 아카네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2. 12. 10:17

    [AM 7:30]

    눈이 떠졌다.

    “뭐야. 이런 날 정도는, 조금 더 자도……”

    멍하니 한 걸음 앞의 졸음이 쫓아와서, 아카네는 크게 하품했다.
    오늘은 12월 6일. 일년에 한 번인 생일이다.
    그걸 내다본 마시로가 전날부터 술을 들고 나타나, 날짜가 바뀔 때까지 질질 별 거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셨다. 굳이 시계는 보지 않았지만, 잠이 든 건 새벽이 다 되어서일 것이다.
    완전히 수면부족이지만, 묘하게 눈이 말똥말똥해져 버려서 다시 자러갈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습관은 어쩔 수 없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스포츠웨어로 갈아입고, 맨션 안의 헬스장으로 향한다.


    [AM 8:55]

    헬스장에서 적당히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돌아오자——9시가 다 되었다.
    거실로 향하자, 쿠로노의 목소리가 맞이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아침……응?”

    테이블에는 크게 잘려진 쇼트케이크가 한 조각, 블랙 커피.

    “오늘은 생일이므로”
    “그러고 보니 그랬지”

    묘하게 간지러운 느낌은 깨물어 없애 버리고, 테이블로 향했다.
    밤 0시를 지나, 취한 마시로가 기운차게 케이크를 잘라서, 샴페인과 함께 먹었다. 이건, 그러고 나서 남은 거다.

    “언제부터 했더라, 아침밥으로 케이크”
    “확실히…… 제가 신세를 지기 시작했을 때 정도부터네요”
    “우—와, 세 보고 싶지 않아”

    생일이니까 밥도 케이크가 좋아——옛날에, 어린애다운 고집을 부렸던 걸 계기로 ‘생일케이크를 자른 당일의 아침밥은, 남은 케이크’를 먹게 되었다.
    이제 애가 아니라면서 그만두는 건 간단하다.
    그렇지만, 어릴 적 부터 매년 계속해 온 걸 갑자기 그만두기도, 왠지 아쉽다.

    ‘뭐, 일 년에 한 번이고’

    크게 한 입에 베어물자, 쿠로노가 기쁜 듯이 눈웃음을 짓는다. 이것도 매년 있는 일이다.

    “밤에도 말했습니다만, 다시 한 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땡큐. ……그러고 보니 마시로는?”
    “쿠소야로라면 게스트룸에 찌부러져있어요”

    쿠로노의 눈초리가 조금 험악해진다.

    “대체 몇시까지 깨 계셨던 거에요”
    “아—…… 어땠을까나”
    “역시, 날짜가 바뀌기 전에 쫓아내야 했어요”
    “뭐, 그러지 말고 나랑 케이크 먹자고”


    [AM 11:30]

    쿠로노를 달래고 아침을 다 먹고, 쌓아 뒀던 사소한 잡무——음원이나 서류의 체크, 연락, 우편물의 정리,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을 정리한다.
    조금 쉴까, 하고 기지개를 켜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벨소리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하이지.

    “무슨 일이야? 하이지”
    “아카네상, 생일 축하드려요!”
    “오—땡큐”
    “어제는 마시로상이랑 마셨나요?”

    소문이 빠르네——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보니.
    어차피 마시로 녀석이니까, SNS에라도 글 쓴 거겠지.

    “그 녀석이 가져온 술, 마시는 데 어울려 줬어”
    “정말, 치사하네에. 저는 못 간다고 말해 뒀는데”
    “오늘 올 거잖아?”
    “네. 밤에 들를게요”
    “미팅 끝나면 연락해. 픽업할테니까”
    “감사합니다!”


    [PM 4:00]

    오후는, 디그프로에.
    내년 라이브 건으로, 이와하라 매니저 입회 하에, 프로모터에게 인사나 콘셉트에 대한 상담.
    예상 이상으로 상대가 열정적이어서, 예정했던 것보다 긴 이야기가 되었다.

    “아, 그래그래. BLAST 봤어요”
    “엄청 열기가 대단하지요. 루비레는 물론이지만, Impish Crow였던가, 디그프로 신인인”
    “디그프로는 루비레를 필두로, 다들 기세가 좋아서 좋네요”
    “저, 현장은 처음 가 봤는데요, 생각했던 것 보다 남성 팬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였던가, 반주만 들어간 CM이 있었잖아요. 그게, 하드한 락찔이들 사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됐어요”
    “아아! 그것도 엄청 좋았어요!”
    “확실히 다음 앨범에도 오프보컬이 들어가지요. 기대된다”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한다. 설마하니,
    ‘얼굴밖에 볼 거 없는 타이업 전문 어쩌고 하는 밴드가 아니라는 걸 이제 눈치챘습니까?’
    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뭐야. 담아두고 있었던 건가, 나’
    배어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직전에 깨물어 삼켰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로서는, 다음은 좀더 회장을 넓히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관객은 충분히 모일 것 같고”
    “꼭,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세요”

    미소로 대답하는 매니저를 슬쩍 보면서 “팬의 규모에 비해서 회장이 약간 작은 건, 제 요망입니다” 하고 끼어들었다.

    막무가내로 규모를 키워서, 한 명 한명에게 노래가 닿는 실감이 옅어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주위의 열이 멋대로 가속해서, 감화되지 않는 곳까지 굴러가서, 물러날래야 물러날 수 없는 막다른 곳까지 파탄한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루비아 같은 실패는 안 해’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그걸 계속해서 생각해 온 3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슬슬 한 발 앞으로 나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자, 옆의 이와하라가 조금 안심한 듯이 한숨을 쉬었다.
    전부 파악하고 있던 이와하라야말로, 이 3년간, 제일 조마조마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이 타이밍에서 인크로의 노래를 들이민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대신이라는 겁니다만. 지금까지 비교적 수수하게 해 왔던 만큼, 투어랑은 별개로, 조금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해서”
    “아아. 좋네요!”
    “부디 그쪽도 서포트하게 해 주세요”


    [PM 6:50]

    미팅이 끝나자, 곧바로 이와하라가 매니저 쪽 오피스로 손짓했다.

    “뭐야, 이와하라상. 잔소리?”
    “짐작가는 게 있어?”
    “너무 많아서 어느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이거, 줄게”
    “......술?”
    “생일 축하해”
    “진짜냐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
    “네—에 감사합니다. 그치만, 생일선물이라던가, 당신 성격에 안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예리하네. 이건 동거인이랑 같이 주는거야”
    “뭐야. 담배 한 대로도 괜찮았는데”
    “네 목이랑 건강을 해치는 선물을 했다간, 내가 하이지한테 혼난다”
    “밤새면서 마실 걸 주는 건 괜찮은 거냐고”
    “오늘, 하이지가 너네 집 가잖아?”
    “감시역이랑 선물이 세트인건가. 과연”


    [PM 7:05]

    이와하라한테 뜯어서 한 대 피운 뒤 하이지한테 연락하고, 차에 올라탔다.
    하이지와 이와하라가 사는 맨션은, 사무소의 코앞이다. 5분이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디든지 완전히 크리스마스네’
    큰길을 지나쳐, 적당한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한숨을 쉬었다.
    12월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길거리는 소란스럽고 들떠 있고, 나만 멈춰서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쇼트 케이크’
    어렸을 때, 소란스러운 거리와 고요한 집의 갭을 메울 힘은 없었다.
    우리 집과 다른 집은 어딘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작은 고집 정도.
    그 고집에 어울려 주는 것도 쿠로노 뿐.
    ‘그렇지만, 그걸로 좋았지. 그 때는’
    키가 커지는 것과 함께 바라는 것도 커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져서, 갭이나 틈새는 음악이 메워 줬다.
    ‘그래도, 집안에서 즐기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사고가 멀리 방황하기 시작한, 그 때.
    문득, 벨소리가 울렸다.

    “아카네——!! 해피 버스데이 내 동생!!!!”

    스피커 볼륨이 평소의 10배는 되어 있는 건가 하고 착각할 정도의 볼륨으로, 형 미카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기쁘지, 그렇지. 그리고 어째서 이런 시간이냐고 한다면, 오니쨩은 지금 뉴욕이다!!”
    “아 그래”
    “미카도, 슬슬 런닝하러 나가지 않으면, 아침 미팅에 늦는다고”
    “오오, 그렇지 카에데. 그럼, 나는 지금부터 센트럴 파크를 한 바퀴 돌고 오지! 카에데, 이 뒤는 부탁하지! 이상이다!”

    어이가 없어서 끊으려고 하자 스피커에서 “기다려, 아카네” 하고 카에데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아침으로 케이크 먹었니”
    “……먹었는데”
    “그런가. 나도, 오늘 아침은 쇼트케이크다. 그럼, 소라한테 안부 부탁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가 끊어진다.
    그러자, 탄식할 틈도 없이 메일이 온다——부모로부터다.

    ‘아—쨩, 생일 축하해. 올해도 깜짝 놀랄 만할 걸 보냅니다. 아빠랑 엄마로부터’
    “아니, 보내지 말라고”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정말 우리 가족, 옛날부터 진짜 섬세함이 없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기쁘게 해 주려는 기개는 120% 전해져 오니까, 더욱 나쁘다.
    그걸로 삐뚤어진다면 내가 단순한 바보인거다. 그렇게 타이르면서, 십대의 다감한 시기를 극복했다. ……그런 것 같다.
    ‘정말’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한 점은 있었다.
    별 것 없는 일로, 나름대로 상처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게 큰 아픔은 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엄청나게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옛날도.


    [PM 7:10]

    “아카네상”
    사이드윈도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문을 열었다.

    “하이지, 미안. 생각 좀 하느라 눈치 못 챘어”
    “아니, 괜찮아요. 지금 막 왔어요!”


    [PM 7:30]

    하이지를 태우고 출발한다.
    지금쯤이면, 쿠로노가 뭔가 호화로운 식사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서둘러 돌아가는 도중, 마시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둘다, 좋은 아침—“
    “엣, 마시로상 지금까지 자고 있었어요?”
    “그것보다 지금 어디?”
    “앞으로 5분 정도면 집에 도착해”
    “그럼 거기도 내리고 있지 않아? 눈”
    “눈?”
    “아, 진짜다!”

    하이지가 기쁜 듯이 하늘을 가리킨다.
    이 시기에 내리는 도쿄의 눈 같은 건, 눈 깜짝할 새에 멈춰 버리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눈”

    올해의 생일, 올해 있었던 일, 지금 내리는 눈에 대한 것.
    언제나와 다른 오늘 이 날을, 나는 분명,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HAPPY BIRTHDAY!
    2020.12.06 AK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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