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0/10 하이지&간쨩 생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10. 10. 21:11

    “다녀왔습니다”

    조금 놀라서, 하이지와 이와하라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마치 미리 맞춰둔 듯, 같은 타이밍의 “다녀왔습니다”.

    “겹쳐버렸네요”
    “그렇네”

    생각해보면, 둘이 동시에 집에 오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하루종일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집에 돌아오는 건 거의 따로따로다.

    “오늘은 수고하셨습니다”
    “너도 말이지”
    “간쨩, 내일은 유급휴가 냈지요?”
    “사장이 휴가 내라고 시끄러워서 말야……”
    “그런 싫어하는 듯한 얼굴로 쉬는 사람,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한 번 늘어지게 되면, 다음에는 휴가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쓸데없이 에너지가 들어가. 계속 일하는 편이 편하다고”

    현관문을 잠그고, 구두를 걷어차듯이 벗고 이와하라가 먼저 들어간다.
    ‘어쩔 수 없네에, 정말’
    조금 해진 구두를 똑바로 정리하면서 하이지는 한숨을 쉬고, 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타고 올라오는 웃음을 삼켰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해 왔던 건가 싶을 정도로 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질리는 기분이 아주 조금, 흐뭇함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아는 게 늘었으니까.

    이와하라가 굉장히 빈틈없이 일을 하는 것.
    성실하게 일하고 예의바른것. 꼼꼼한 것.
    그 반동이라고도 할 수 있을 집안에서의 대충대충하고 뻔뻔한 모습.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되어 있는 것 같은 그것들이 그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전혀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휴일이 없다고 해도 괜찮은 것이다.
    ‘묘한 부분에서 요령이 좋다니까’
    내 신발을 옆에 정리하면서, 현관 옆의 내 방에 집을 가져다 놓는다.
    그 대신에, 책상 옆에 몰래 숨겨 두었던 종이봉투를 들고 거실로.
    그러자, 먼저 와 있던 이와하라가, 부엌 찬장을 부스럭대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요?”
    “아니……그, 글라스를 찾으려고”
    “반주하는 건 상관없지만, 먼저 옷 갈아입고——“

    그렇게 말하면서, 부엌 카운터에 놓여 있는 본 적 없는 꾸러미를 눈치챘다.

    “아. 그거, 혹시 술이에요? 선물받은 거?”
    “아—……아니, 그”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술은 도망 안 가니까요. 그리고, 글라스라면”
    “하이지, 스톱”
    “네?”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와하라는 기묘한 표정으로 “그, 생일 축하해” 하고 겸연쩍은 얼굴로 술인 것 같은 꾸러미를 내밀었다.

    “......에?”
    “너, 방에서 나오는 게 너무 빨라”
    “이거, 저한테?”

    무심코 웃어 버렸다.

    “어이. 그렇게 웃을 정도로 의외야?”
    “죄송해요! 그치만”
    “확실히, 난 일 이외에는 대체로 대충이다만”
    “그게 아니라”

    웃음이 멈추지 않는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고 “이거, 지금 여기서 열어 주세요” 라고 말하자, 이와하라가 눈을 깜빡인다.

    “아—……그. 이건, 즉”
    “얘기는 나중에. 됐으니까, 얼른”

    사양하지 않고 꾸러미를 연 이와하라도 웃음을 터뜨렸다.

    라운드컷팅된 예쁜 크리스탈 글라스 ——이걸로 마시면, 항상 마시던 술도 분명 맛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충동구매했다.

    “다시한 번, 생일 축하합니다. 간쨩”
    “너, 페어 글라스는 과연 너무 준비만반이잖아”
    “세트로밖에 안팔았다구요. 생일에 페어는 이상할까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깨졌을 때의 스페어라고 생각하면 될까 싶어서”
    “과연?”
    “진짜라구요!”
    “알았어알았어, 고마워”
    “저도 감사합니다. 아까는 감사 인사 하기 전에 웃어 버려서 죄송해요”
    “아니, 그건 과연 웃을 만하지”

    타인과, 같은 지붕 아래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활이 일상이 되어도, 아직, 놀랄 만한 일이 있다.

    “그럼, 바로 마실까요?”
    “네가 허가해준다면”

    결정했다.
    내일은 마음껏 늦잠 자고, 브런치를 먹은 후에 두 사람의 신발에 광을 내야지.



    ——HAPPY BIRTHDAY!
    2021.10.10/HAIJI&IWAHARA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