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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11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8. 30. 23:16

    2021/8/30

     

     

    “오늘 수고했어, 고마워”

    전방의 적신호에 맞춰서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수석에 말을 걸자 “아카네상의, 그, 시원한 얼굴……”하고, 기진맥진한 토키가 조금 원통한 듯이 말했다.

    “시원한 거 아니거든”

    땀에 젖어서 색이 변한 셔츠를 집어올려 보여준다.

    “진짜다…… 엄청난 땀”
    “신진대사가 너무 좋아서. 운동하고 난 다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아. 특히 여름에는”
    “좋네요. 저, 땀이 잘 안 나서”
    “아—…… 현기증 나게 되는 것도 성가시지”

    에어컨의 온도를 적당히 내리고 “추우면 말해” 하고, 말을 계속 이었다.

    “아니면 오늘, 컨디션 안 좋았어?”
    “아니요, 전혀. 풋살 같이 하자고 해 주셔서 감사해요”
    “천만에”
    “덕분에, 여름방학 되고 나서 처음으로 방학같은 걸 한 것 같아요”
    “모처럼 여름방학인데 안 노는 거야?”
    “알바랑 알바뿐이에요”

    토키의 표정이 밝다.
    ‘그러고보니 오늘, 초반부터 기세 좋게 뛰고 있었지”
    눈치 살피는 듯한 기색이 없었다.

    “맞다, 아카네상. 「NO LIMIT」랑 「Trigger」 랭킹 1위, 축하드려요”
    “오—. 땡큐”
    “이제와서 같은 느낌이지만요”
    “최근에 얼굴 볼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죠. 루비레, 바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인크로도 신곡 내고, 라이브도 잔뜩 나갔잖아?”
    “아니……뭐어, 그렇지만요”
    “「Updraft」 엄청 잘 됐잖아. 토키의 기타가 날뛰는거, 나 꽤 좋아해”
    “……감삼다!”

    묘하게 큰 볼륨의 대답에, 무심코 웃어 버린다.

    “네 그런 점도 좋아해”
    “……뭐에요, 그런 점이라는 거”
    “저 같은 건 별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할 것 같은 얼굴 하고, 절대로 말 안 하는 점”
    “그건……그치만. 말하면 안 되잖아요, 프로니까”
    “지금 ‘일단’ 이라고 덧붙이는거, 참았잖아”
    “하나하나 마음 속 읽는거 그만둬 주세요”
    “미안. 오랜만에 만나니까, 나도 모르게”
    “그게 이유가 돼요?”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깐”

    토키와의 대화는, 항상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이 살짝살짝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리더란 말이지’
    과연 나는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매번 설자리를 멀리서 재 보려고 하는 버릇이 때때로 자신과 겹쳐져서, 조금 안심된다.
    ‘……그렇게 말하면, 싫은 얼굴 하겠지만’
    전에는,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건 생각도 해 보지 않았지만.
    ‘나랑 토키는 전혀 다르고, 동시에, 엄청 닮았어’
    인크로와 루비레도 그렇다. 조금도 닮지 않은 듯하면서, 가끔씩, 등을 맞대고 있는 듯이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오랜만에 인크로 라이브 영상 다시 봤는데 말야”
    “언제 거요?”
    “데뷔하기 직전, 라이브하우스에서 했던 거”
    “에에에……어째서 또”
    “가끔 보고 싶어진다고, 그거. 엄청 좋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말하는건데”
    “뭐어, 그건 알고 있지만요”
    “있지만?”
    “그 때보다 지금이 절대로 더 좋으니까”

    토키의 올곧은 시선에,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간다.
    ‘닮았단 말이지, 그런 점’
    만약, 내 전부를 긍정할 수 없어도. 자신감이 흔들릴 것 같은 순간에도.
    내 밴드가 좋다.

    “그럼, 최근 영상 줘. 있잖아? 내가 모르는 거”
    “아—…… 그럼 집에 가면 보내드릴게요”
    “그러고보니 나도, 엄청난 거 만들었으니까 보내줄게”
    “설마 다음 싱글?”
    “그래. 지금부터 프로모션 할 건데…… 아, 자세한 정보는, 곡 들은 다음에”
    “거기서 애태우는거에요?”
    “뭐 그렇지. 토키, 이 뒤에 예정 있어?”
    “딱히 없는데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토키에게, 아카네는 아침부터 계속 하고 싶었던 대사를 입에 올렸다.

    “그럼, 오늘이야말로 라멘 같이 먹으러 가자.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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