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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11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8. 30. 23:15

    2021/8/30

     

     

    디그프로의 리허설 스튜디오.
    문이 갑자기 열려서, 미츠루는 베이스를 치던 손을 멈췄다.

    “마시로”
    “안녕”
    “만나는 거 오랜만이네. 마시로도 연습?”
    “아니. 지나가고 있었더니 소리가 들려서”

    마시로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하고, 등에 메고 있던 베이스 케이스를 내려놓고 가까이 있던 의자를 끌어당긴다.

    “나는 신경 안 써도 되니까. 계속해”

    그렇게 말하지만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항상 그래’
    이쪽에서 보면 볼수록 더 마주치지 않는 것 같다.

    “모처럼 왔으니까 마시로도 쳐”
    “싫거든요”
    “어째서?”
    “딱히 이유는 없어”
    “마시로, 베이스 가지고 있고. 치는 거 좋아하잖아?”
    “치고 싶은 기분이 아냐”
    “그럼 어떤 기분?”
    “됐으니까 치라니깐”

    얼른 해, 라고 말하듯이 손을 내저었다.
    어쩔수 없다. 포기하고, 다시 현에 손을 댔다.
    슬라이드, 글리산도. 해머링에서 풀링. 트릴. 마음가는 대로 연주하고 있자 “미츠루군 말야” 하고 마시로가 입을 열었다.

    “연주 방식 조금 바꼈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했다.

    “바꾸진 않았는데”
    “지금 쓰는 거 펜더 재즈베이스던가?”
    “응. 지금은 스페어도 같은 거”
    “헤에, 일편단심이네”
    “마음에 드는 거고. 될 수 있는 한 같은 텐션의 소리를 내는 편이 좋은 것 같아서”
    “품질을 중시하는 거야? 장인이네”
    “그리고, 더 살 돈이 없어”
    “아—……과연. 그치만, 조금 아깝네”

    고개를 갸우뚱하자, 마시로는 “말하지 말 걸 그랬다” 하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노골적으로 눈을 돌렸다.

    “아깝다니, 뭐가?”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가만히 쳐다보자, 마시로는 포기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도 펜더 소리는 좋아하지만. 조금 더 바리에이션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인크로, 곡도 늘어났고”

    미츠루군 기술력도 있고, 하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여서, 조금 깜짝 놀랐다.

    “지금, 나 칭찬한 거야?”
    “……그게 아니면 어떻게 들린 건데”
    “엄청 기뻐, 고마워”
    “아 그래, 천만에요”
    “그치만, 왜 갑자기 그런 걸 생각한거야?”
    “뭐어, 여러가지로 있어서”
    “여러가지?”
    “그래, 여러가지. 그리고 그거야, 얼마 전에 쓸데없는 걸 봐 버려서 그래”

    고개를 갸우뚱하자, 마시로는 조금 진절머리가 난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얼마전에 아카네네 본가 갔더니, 사도스키 기타가 장식돼 있어서 말야”
    “그거, 나도 봤어. 엄청난 지하실에서”
    “엣, 거기 갔던 적 있어?”
    “응. 전에, 카에데 니쨩이 들여보내 줘서”
    “아—…… 그 아카네의 무서운 형 둘째……”
    “무서워? 카에데 니쨩 상냥한데”
    “뭐어, 그 얘기는 됐고. 그때, 사도스키 베이스라는 옵션도 있구나 하고, 문득 생각해 버렸단 말이지”
    “헤에. 나, 사도스키 만져 본 적 없어”
    “진짜로? 시연도?”
    “스튜디오에서 쓰는 사람 본 적은 있어. 조금 무거운 소리 났어”
    “곡에 따라서는 쓸법하지 않아?”

    문득, 생각났다.
    전에 어딘가에서 본, 매끄러운 오렌지와 하얀색의 투톤 컬러.

    “……조금 두근두근할지도”
    “그렇지. 만져보는 건 무료니까, 시험삼아서 로우 튜닝으로 셋업해 달라고 했는데”
    “거기까지 하면 사고 싶어질 것 같아”
    “뭐어 그렇지. 그치만”

    마시로의 말이 도중에 끊겼다.
    ‘나, 뭔가 하면 안 되는 말 한 걸까나’
    지금 이야기를 끝내는 건 아쉽다. 베이스 얘기를 더 하고 싶은데. 그러자,

    “알기 쉬운 목표를 늘리는 것도 괜찮지 않아?”

    눈이, 마주쳤다.

    “뭐~ 그런 말 하면서도, 나도 별로 악기를 늘리고 싶지는 않은 타입이지만”

    금방 또 눈을 피했지만.

    ——만족하지 마. 더 욕심내.
    그런 얘기야?
    ‘마시로가, 나한테’
    처음이다, 이런 거.
    ‘내가 뭔가 변했으니까?’
    연주 방식이나 소리가 변했다면, 악기도 바꿔도 좋은 걸지도.
    바꾸면, 좀더 다른 걸 할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 변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입밖으로 튀어나갈뻔 한 대사를, 급하게 삼켰다. 말하면 분명 싫은 얼굴 할 거다. 그러니까,

    “마시로. 이따 나랑 같이 악기점 가자”

    지금의 마시로와 좀더 잔뜩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지만, 마시로는 역시 싫은 얼굴로 “싫어, 밖에 덥고” 하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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