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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스 후반 스텔라워스 연동특전 ss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8. 16. 19:09

    어느 날, 오후.
    오랜만에 급한 예정이 없는 걸 알게 된 아카네는, 문득 결심하고, 노트북에 넣어 둔 채로 놔둔 영상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거실에는 네 모퉁이에 무선 스피커가 세팅되어 있어서, 꽤 괜찮은 퀄리티의 소리를 내 준다.

    “또 그 영상인가요”

    빨랫감을 안고 들어온 쿠로노에게 “뭐 그렇지” 하고 웃고, 턱을 괴었다.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따금 재생하고 있는 건 들켜 있었다.

    “인크로의, 그 라이브. 정말 다들 좋은 얼굴 하고 있지요. 아카네상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알겠어요”
    “마음에 든다…… 뭐어, 그런 걸지도”

    애매하게 대답했더니, 쿠로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뭐라고 할까. 좋아하긴 좋아하는데……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나 자신의 조율 같은 느낌?”
    “조율, 말인가요?”
    “그래.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할까”


    RUBIA Leopard—— 최고의 멤버로 구성된, 최고의 밴드.
    누구도,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음악에 전부 몰두하며 3년을 달려왔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성과가 났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누가 봐도 순조롭게 잘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필사적으로 하면 할수록, 같은 곳을 계속해서 돌고 있는 듯한 ‘이게 아니야’ 하는 기분만 커졌다. 뭐가 부족한지도 모르는 채로.
    그 때, 이걸 보게 됐다.
    ‘나는 밴드가 하고 싶었던 거야. 계속’

    기타가, 베이스가, 드럼이 겹쳐지며 펼쳐지는 소리와, 무엇보다 『밴드』라는 형태를 동경하고 있었다——풋내나고 어린애같은 『그것』을, 인크로는 언제나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흘러넘칠 듯한 강함으로 보여준다.
    ‘나도, 그게 갖고 싶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을 부럽다고 생각했다.
    ……같은 걸 말했다간.
    분명 웃는 녀석이 여럿 있을 것이다.


    “이걸 안 봤으면, 지금쯤 어떻게 돼 있었을까”
    “적어도, 루비레는 지금의 형태가 돼 있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응?”

    인터폰이 울렸다.
    쿠로노가 급하게 모니터를 보러 가고, 얼마 안 있어 “너, 뭐 하러 온거야” 하고 질린 듯이 말했다.

    “뭐야 그 말투. 너무해”
    “갑자기 와서 죄송해요, 쿠로노상”
    “하이지, 너도 왔던 건가”
    “그, 좋은 술을 받아서, 다같이 마실까 해서요”
    “그런가. 고마워”
    “대응이 달라!”
    “됐으니까 문 열어 줘, 쿠로노”

    곧 둘이 들어와서, 집안이 갑자기 활기차진다.
    최근, 가끔씩 이렇게 찾아오는 게 실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매번 조금 간지럽다.

    “오프인데 와 버려서 죄송해요, 아카네상”
    “난 괜찮지만. 하이지야말로 모처럼 쉬는 날인데 우리 집에 와서 괜찮은 거야?”
    “네! 항상 맛있는 거 먹고 가기만 하고, 같이 맛보는 편이 즐거우니까, 괜찮다면 꼭 같이 맛봐 주세요”
    “땡큐.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하이지는 어쨌든, 마시로. 넌 왜 온거야”
    “왜라니, 맛보러?”
    “정말……”
    “우리 집에서, 마시로상이랑 조금 맞춰보고 있었어요”
    “헤에, 성실하잖아”
    “아카네쨩, 그거, 좀더 큰 소리로 말해줘. 쿠로노한테 제대로 들리도록”
    “됐으니까 얌전하게 앉아있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안주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쿠로노를 뒤로하고, 마시로가 “그거, 뭐 보고 있는 거야?” 하고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인크로의 라이브네요” 하고 말한 건 하이지다.

    “잘도 알았네”
    “저도 꽤 보고 있어요, 이 영상. 힘이 나는 기분이 들어서”
    “그거, 전에 간쨩한테 받은 그거?”
    “그래, 그거”
    “헤에.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 대반으로 두군데 정도 나갔지, 인크로”
    “맞아요, 가고싶었는데에”
    “……어째서 너네, 그런 거 알고 있는 거야?”
    “저번에, 우연히 토키군이랑 만났을 때 들었어요”
    “나도 최근 츠구미군이랑 사이좋아서 말이지”
    “하?”
    “어라아? 너, 설마 전혀 연락 안 하고 있는 거야?”
    “…………. 좋아. 지금부터 『LOVER』. 볼륨 맥스로 틀어주지”
    “하아!? 잠깐, 뭐야 그게!”
    “마시로. 아카네상에게 토 달지 마라”
    “달거거든!!”

    허물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해도, 말할 수 없는 건, 아직 잔뜩 있다.
    ‘그녀석들 먼저 찾아낸 건 나라고, 같은 거’
    너무 어린애같으니까 말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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