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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10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7. 2. 23:14

    2021/7/2  

     


    “히바리군, 내 얘기 듣고 있는거야?”
    “네, 뭐어……일단은”
    “먼저 상담하고 싶다고 말해 놓고, 꽤나 멍한 대답이네”
    “죄송합니다. 왠지, 생각하는 거에 지쳐서”

    무심코 솔직히 말하자 쿠로노가 질린 듯한 얼굴을 한다. 그렇지만, 화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 좋단 말이지. 잘 챙겨주고)
    알고 있으니까, 성격에도 안 맞는 상담을 하겠다고 한 거지만.

    쿠로노는 “일단 좀 쉬자” 하고, 안쪽 소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딱 와닿은 건 없는 거야?”
    “처음에 말했지만요. 저 차에는 별로 흥미 없어서, 솔직히 딱히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추천하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사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그치만, 전부 비슷하게 생겼고. 거기다 옵션 선택하라던가. 보면 볼수록 귀찮아져서…… 그냥 아예 풀옵션으로 살까나”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지만, 조금 아깝네.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부분인데”
    “그러니까 그건, 쿠로노상 맘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머지않아 커피가 나왔다. 스태프가 “토키토상” 이라고 부른 걸 보면, 아무래도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자주 오는 거겠지.

    “차, 정말 좋아하네요”
    “그런 것 같아. 네가 말하고 나서 알게 됐어. 좋은 취미라고”
    “그런 말 했던가요?”
    “말했어. 그 때는, 정말 고마워”

    전에 드라이브에 끌려갔을 때, 확실히 말했다. 좋은 취미네요, 하고.
    (나는 빈정거리던 거였는데)
    적어도,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말을 했던 기억은 없다.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좋아해.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우고 달리는 건 혼자 있을 때랑 또 다른 즐거움이 있고, 차를 고를 때는 나름대로 기준도 있어. 그런,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도, 굳이 말로 해 보는 건 의외로 중요한 거라고 최근에 알게 됐어”
    “그건……잘됐네요”

    이쪽은 그럴 생각 전혀 없었는데요, 하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 빠지는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나 스스로도 별로인 맞장구였는데, 쿠로노는 “응. 잘 됐지” 하고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니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된다.


    “차 말인데, 급하게 필요한 게 아니면, 바로 결정하지 말고 여기저기 보러 다니는 게 어때? 나로 괜찮으면, 딜러 보러 다니는 데 얼마든지 같이 다녀 줄게”
    “별로 급한 건 아니지만요. 얼마든지 라고 하는 건 너무 간 거 아니에요?”

    우리랑 다르게 그쪽은 바쁘잖아요.
    그렇게 대답하기 전에 “친구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하고 즉답이 돌아왔다.

    “하아?”
    “히바리군이 나한테 연락을 주는 건, 꽤나 레어 케이스니까. 그런 의미로도, 바로 결정해 버리는 게 아쉬워졌어”
    “잠깐 잠깐. 대체, 무슨 얘기 하고 있는 거에요?”
    “새 차 얘기랑, 나랑 네 관계 얘기 아니야?”
    “……저기. 한 마디 해도 돼요?”
    “뭔데?”
    “쿠로노상, 의외로 분위기 파악 못하네요”
    “너는, 생각보다 거짓말을 못 하네”

    말문이 막힌 내 얼굴을 보고, 쿠로노가 웃고 있다.
    (전언철회야. 이 사람, 전혀 사람 좋지 않잖아)
    오히려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친구가 되자.


    아마, 끈질기다.
    (아직도 진심이라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다거나, 그런 건 하지 않는다. 물론 분위기도 파악해 주지 않는다.
    (아아, 정말……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는 그 아카네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루비레의 기타리스트다.
    그리고, 루비레의 왕님은,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 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그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고 어디까지나 올곧은, ‘쿠로노’라는 개성을,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이다.


    “너 같은 친구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천천히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저기요!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요. 저랑 당신 사이에 친구라는 요소가 있어요?”
    “내가 진짜로 마음에 안 들었으면, 일부러 연락 안 할 거잖아?”
    “슬슬 상담 상대 포지션도 잘라 버리고 싶어졌는데요!”

    딱 맞췄다고 하기엔 너무 아니꼬와서, 답답한 나머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쿠로노는 분위기를 조금도 파악하지 않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하고 즐거운 듯이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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