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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C한정 ss #09 인크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6. 15. 00:39

    2021/6/14


    한밤중에 눈이 떠져 버린 미츠루는, 베개맡에 놓인 폰에 손을 뻗었다.
    (지금 몇시지)
    눈을 비비면서 화면을 노려보자, 오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됐다고는 해도 밖은 아직 조금 어둡다. 조금 더 자고 싶다. 그런데, 눈을 감아도 전혀 잠이 오지 않는다.
    포기하고 한번 더 폰을 들고, SNS를 한 번 훑어본 다음 앨범을 열었다.
    제일 많은 건, 한쪽 발만 하얀 양말을 신은 귀여운 검은 고양이. 그리고 인크로 멤버들. 모두와 함께 갔던 곳. 먹었던 밥, 셰이크.

    “히바리, 뭐 하고 있을까나”

    문득 중얼거렸다.
    (최근에 별로 안 만났지)
    마침 일이 잔뜩 들어와서, 시간이 잘 안 맞아서.
    그리고, 조금 어색해서.


    ——히바리는 알고 있던 건가.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엄청나게 깜짝 놀라면서.
    (어째서?)
    형의 데뷔는 “아아, 역시” 하고 생각했다. 건강하게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상상하던 대로였다.
    깜짝 놀란건 히바리가 말하지 않고 있었던 것.
    (아마 나를 걱정해 준 거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납득하는 건, 꽤나 다른 종류의 것이다.
    (말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그치만, 그렇게 말하면 분명 탓하는 것처럼 들릴 거다. 뭘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갑자기 모르게 돼 버렸다.


    “어떻게 말하면 좋았을까……우왓”

    갑자기 폰이 울리고, 메시지 어플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하는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카네다”

    일단 “좋은 아침” 하고 답장하자,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설마 바로 답장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혹시 내가 깨운거야?”
    “아니, 일어나 있었어. 아카네 일찍 일어났네”
    “왠지 눈이 떠져 버려서 말야”
    “아. 그거, 나도”
    “통했네”

    살짝 웃는 목소리가 부드럽다.
    (신기한 목소리 하고 있단 말이지, 아카네)
    독특한 압력이 있으면서도 전혀 무섭지 않다. 잘 웃는 건, 친해지고 나서 알았다.

    “물어보고 싶다는 건 뭐야?”
    “아—그래그래. 너, HOUND ROAR라는 밴드 알고 있어?”

    별거 아니라는 톤으로 물어본다.
    그래서, 평소처럼 대답할 수 있었다.

    “알고 있어. 하우로의 베이스, 형이니까”
    “역시 그런가”
    “누가 말해 줬어?”
    “아니, 성이 하야마고 악기 베이스고, 얼굴도 미츠루랑 닮았다고 생각했어”
    “그래?”
    “그런 말 안 들어?”
    “형제인데 별로 안 닮았다는 소리는 들었어. 이웃이라던가, 친구라던가”
    “아—……그거, 우리 집도 그래”
    “카에데 니쨩이랑 아카네, 꽤 닮았는데 말이지”
    “어릴 때는 나, 여자애 같은 얼굴이었어. 어느 쪽이냐 하면 어머니를 닮아서”
    “헤에”
    “형은 둘 다 아버지를 엄청 닮았고, 나이도 꽤 차이나니까. 분위기가 닮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 건 꽤나 최근이야”
    “헤에, 그런 건가”
    “그런 거야. 그래서, 미츠루. 형이랑 연락은? 되고 있는 거야?”
    “아니, 전혀”
    “뭐, 그런 거지”
    “……그런 거?”
    “그런 거야”

    쓴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건가, 그런가)
    왠지 안심돼서 한숨을 쉬니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라고 했다.

    “응, 다행이야”

    목구멍에 걸려 있던 게, 드디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 나, 순서를 잘못했네)
    다행이다. 일단 맨 처음에 그렇게 말할 걸 그랬다.
    (아카네, 엄청 상냥하네)
    조금도 강하지 않은 말로, 당연한 곳에 살짝 데려다 준 것 같았다.
    분명 상냥함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전부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히바리도. 아마, 니쨩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게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있지, 아카네”
    “응?”
    “얘기 들어 줘서 고마워”
    “내가 할말이야. 여러가지로 얘기해 줘서 고마워……아, 맞다”
    “뭔데?”
    “너 고양이 좋아하던가?”
    “좋아하는데, 왜?”
    “아니, 아마 토우야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니쨩이?”
    “가끔, 묘한 부분이 겹친단 말이지. 가족이라는 거”

    조금 질린 듯이 말하고, “그럼 다음에 봐” 하고 전화가 끊겼다.
    (어떻게 안 걸까)
    폰을 쥔 채로 팔을 늘어뜨리고, 대자로 누웠다.
    고양이 키우고 싶어——버려진 고양이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형을 올려다보자, 곤란한 얼굴을 하고 살짝 쓰다듬어 줬던 걸 떠올리면서.
    (그 때 니쨩, 뭐라고 했더라)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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