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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듀얼페스 2&3 연동특전페이퍼 ss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1. 16. 19:46

    디그프로의,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흡연 부스.
    무거운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토비쿠라가 “이와하라상,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이쪽을 돌아보고, 눈웃음을 지었다.

    “웬일이야”
    “네 뭐어, 가끔은요”

    겸연쩍은 듯 말하고 담배를 문다. 그 일련의 행동이 의외로 능숙하니까, 볼 때 마다 신선하다.

    “그리고, 여기 있으면 이와하라상이 오지 않을까 해서”
    “찾고 있었으면 미안해”
    “어쩔수 없지요. 일은 잘 하는 사람에게 몰려들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토비쿠라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는다.
    흔히 말하는 권모술수같은 재치는 없지만, 타고난 인품이 솔직하고 선량하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을 높이는 것도 잊지 않는, 정말 좋은 후배다. 그가 내 밑으로 들어왔던 때는,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꽤나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와서 내 어시스턴트를 해 달라고는 말 안하겠지만 말야)
    토비쿠라도, 지금은 몇 명의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있는 매니저다.

    “그래서, 나한테 뭔가 용무 있었어?”
    “그……용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토비쿠라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고, 말을 이었다.

    “이와하라상이 본 Impish Crow는, 어떤 느낌인가요?”
    “뭐야. 그런 거였나”

    무심코, 웃어 버렸다.

    “너무 심각해 보였으니까, 대체 어떤 실패를 은폐하고 싶은 건가 싶어서 소름돋았잖아”
    “죄송합니다……그보다, 만약에 제가 뭔가 실패했다고 해도, 그걸 은폐한다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슨 일 생기면 사양하지 말고 상담하라고”
    “하아”
    “그래서, 인크로 말인데……그렇네. 밴드로서는 이상적이지 않아?”
    “이상적, 인가요?”
    “멤버끼리 사이가 좋고, 신뢰감, 잠재력이 느껴지는 활기찬 퍼포먼스. 관객이 기대하는 프레쉬한 밴드로서의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어. 응원하고 싶어진다는 거야. ……아아, 먼저 말해두겠지만 나한테 음악에 대한 건 묻지 말라고”

    기대에 가득찬 시선을 견딜 수 없어져서 바로 선수를 치자, 생각했던 대로, 토비쿠라는 조금 불만인 듯이 어깨를 수그린다.

    “이와하라상, 그거, 항상 말하고 있는데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락밴드를 히트시킨다는 게, 가능해요?”
    “내 얘기라면, 좋은 귀는 없지만 코가 좋았다는 거겠지. 그거야말로 결과론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락 같은 건 시끄럽다는 한마디로 끝난다구요”
    “그럴 수는 없지, 일이니까”
    “그거야 뭐, 그렇지만요……”
    “솔직히 나는, 루비아의 음악성 같은 건 요만큼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그저……”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입이 심심해졌다.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힘껏 빨아들였다.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 될까나)
    적당한 말을 찾아 더듬는 와중에도, 토비쿠라의 시선이 사양않고 부딪혀 온다. 섣부르게 얼버무리면, 분명 물고 늘어질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까다롭지 않아 보이지만 고집이 세다. 신인일 때 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네……굳이 말하면 나는, 팬이 발견해 준 거야. 처음으로 루비아를 본, 그 라이브하우스에서”

    말을 건져올리듯이 골라내면서, 떠올린다.
    그 강한 열을, 그 넘실거림을.

    “팬의 움직임은, 아티스트의 속내를 드러내는 거울이야. 좋은 것 나쁜 것 상관없이 모든 것을 비춰 내지. 그걸 보고, 틀림없이 진짜라고 생각했어. 동시에, 지금 당장 팔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당장?”
    “히구라시 아카네라는 남자가 연기만 남기고 터져버리기 직전이었어서 말이지. 시간을 두고, 썩어버린 뒤에는 늦어”
    “아카네군이……”

    토비쿠라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인다.

    “저기. 너 말야, 아카네한테 이상한 선입관 없어?”
    “이상하다니……아카네군에게 실례에요”

    곤란한 듯이 웃는 걸 보고, 제멋대로인 기분이 갑자기 치밀어 올랐다.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던 “히구라시 카에데와 아카네에 대해서 너는 어째서 계속 말하지 않았어”라는 대사가.
    (아니……만약 말했다고 해도, 뭔가 바뀌는 것도 아니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소외감——그저 유치한 감정이다. 이래선 아카네를 놀릴 입장이 아니다.

    “그녀석이니까. 어차피 옛날부터 새침한 얼굴 하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이와하라상, 그 말투. ……어른스러운 애라고는 생각했어요”
    “상상이 간다”
    “그렇지만, 최근 조금 분위기가 변한 것 같아요”
    “아카네가?”
    “아카네군 개인도 그렇지만요, 노래도, RUBIA Leopard라는 밴드도요”

    무심코 “그렇지?” 하고 말하려다가, 급하게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녀석들이 변했다면 인크로의 덕분이야”라는 대사도.
    (내가 계획하긴 했지만, 조금 아니꼬우니까)

    선량한 후배한테, 정말 속 좁은 선배다.
    그렇지만, 같은 부서에 적을 둔 매니저끼리, 몰래 경쟁하는 정도는, 뭐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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