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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긱 팜프 ss 토키&쿠로노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1. 16. 19:54

    심야 알바가 끝나고 집에 막 돌아온, 아침 7시가 지난 시간. 인터폰이 울렸다.
    세수하고 있던 젖은 얼굴을 되는대로 닦고, 토키는 황급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눈부신 아침 햇살이 용서 없이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택배 배달원의 웃는 얼굴도.

    이런 시간에 죄송하네요, 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자를 넘겨준다. 철야한 참이고, 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엄청 묵직한 짐을 받아들고 전표에 싸인하고, 문득,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본다.

    ——토키토 쿠로노.
    품목에는 단정한 글씨로 「식료품」이라고 써 있다.

    “진짜냐……”

    저번에 ‘괜찮다면 주소를 알려 줘’ 하고 정중한 메시지가 왔다. 굳이 사양하는 게 오히려 실례인 것 같아서, 정직하게 알려 줬지만.

    ‘어째서, 인지는 안 써 있었지’

    잠결에 호기심이 이겨서 상자를 열자, 안에서 나온 건 쌀, 홀토마토 통조림, 냉동건조된 손질 야채, 야채 쥬스. 그리고 활성세제(이건 식료품이 아니다). 틈새에는 김으로 가득차 있다. 엄청나네, 하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너무나도 자취에 최적화되어 있다.

    “일단, 연락”

    메세지 어플에 “택배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입력해 송신하자, 무섭게도 즉시 전화가 걸려 왔다.

    “저기……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토키 군”

    이어서, 아침 일찍 연락한 것을 사과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이 빠릿빠릿한 목소리는 절대로 막 일어난 게 아니다.

    “쿠로노상, 일찍 일어나시네요”
    “토키군이야말로”
    “아니, 저는 알바 막 끝난 참이라”
    “아아, 밤 샜구나”

    그의 목소리는 정직하다.
    이것만으로도, 눈을 조금 찌푸린 걸 알 수 있었다.

    “네……그, 죄송합니다”
    “아니야. 토키군에게는 토키군의 사정이 있지. 나야말로 미안”
    “그치만, 걱정해 주신 거네요”

    언제였던가 “이런 생활로는 몸을 망칠 거라고”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편이 좋다”도.
    이 서프라이즈도, 즉, 그런 거겠지.

    “이렇게나 여러가지로 받아 버려서”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고는 생각했다만, 우리집 장 보는 김에 보내 봤어. 괜찮다면 써 줘”
    “엄청나게 도움돼요, 감삼다”
    “쓸데없이 참견해서 미안했다. 네 기타에 기운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런, 과장이에요”
    “존경할 수 있는 플레이어랑 만나서 기뻐. 그러니까, 꼭 잘 지내 줘”

    말이, 매우 천천히 스며들었다.
    대물 플레이어에게 ‘존경할 수 있다’고 치켜세워져서인지, 아니면 ‘꼭 잘 지내’라는 말투가 몹시 염려하는 눈치였기 때문일까.
    ‘뭐야, 어느 쪽이야’
    잘 모르겠는 채로, 다른 얘기를 물었다.

    “저기…… 쿠로노상은, 자취했던 적 있어요?”
    “잘도 알았네”
    “상자 내용물 보면 알 수 있는걸요”
    “그런가. 하긴, 살림에 찌든 느낌 나지. 확실히”
    “그것보다, 이게 있으면, 어떻게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라인업이잖아요. 보관도 할 수 있고”
    “신선식품은 단념했어. 혼자 살면, 아무래도 처치곤란해지기 쉬우니까”
    “그렇다니까요! 엄마도 가끔 먹을 거 보내주는데, 조금 핀트가 어긋나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라던가 과일이라던가”
    “아아, 그건 좋네”
    “? 뭐가요?”
    “기쁘게 해 주려는 마음이 전해져 오니까. ……뭐어, 보관하기엔 곤란할지는 몰라도”

    또, 몹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선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자신이 엄청 어린애 같은 말을 한 것 같아서.
    ‘뭐, 실제로 4살 정도 연상이지만……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엄청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다. 표정만은, 손에 잡힐 정도로 알 수 있는데.
    ‘이럴 때 상대가 츠구였다면. 이렇게, 탐색하지 않아도’
    문득, 그런 걸 생각하고 나서야 눈치챈다.
    ‘……츠구랑만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런가, 이거’
    거짓말도, 진심도, 마음속 깊이 바라는 것도, 목소리로만 구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거, 무리인게 당연하잖아’
    상대는 쿠로노다. 츠구가 아니라.

    “…토키군?”
    “아……죄송합니다. 그, 잠깐 멍 때려서”
    “알바 끝난 참이라 졸렸지……미안, 아무래도 좋은 얘기에 어울리게 해 버렸네”
    “아니에요, 전혀”
    “모처럼이니까, 기타 얘기라도 하는 편이 좋았지”
    “아니, 그, 아니에요. 거긴 오히려 역으로!”
    “역?”
    “괜찮다고 생각해요. 기타가 아닌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아니, 물론 기타 얘기도 하고 싶지만, 어느 쪽도 좋아요”
    “어느쪽도”
    “네”

    할 수 있다면 제대로 친구가 되고 싶다, 라니.
    마주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지만, 흥미 없는 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도 아니다.

    “이야기, 할 수 있으면 기뻐요. 여러가지로”

    결심하고 제대로 말하자, 수화구에서 “기꺼이” 하고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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