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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긱 팜프 ss 미츠루&마시로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1. 1. 16. 19:58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표면을 꾸며내는 건 옛날부터 특기다.
    애초에, 상대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같은 건, 실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저기, 마시로”

    그러니까 “저는 1밀리도 흥미 없어요” 하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대부분의 녀석들은 눈치채고 바로 포기한다.
    ……대부분의 녀석들은.

    “마시로. 저기, 듣고 있어? 마시로”
    “아— 하—나도 안 들려—어”
    “아, 다행이다. 듣고 있었네”
    “미츠루군 말야……”

    참는 것에도 한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악보에서 시선을 뗐다.
    눈앞에는, 멍한 얼굴을 한 호리호리한 남자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너, 언제까지 거기 앉아 있을 거야?”
    “여기 있으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그치만, 나도 리허설 스튜디오 쓰고 싶어서 왔는걸. 지금 돈 없으니까 다른 스튜디오는 쓸 수 없어”

    디그프로 스튜디오, 설마하던 더블 예약.
    게다가 하필이면 귀찮은 녀석이랑 마주치는 바람에, 아까부터 같은 문답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내가 먼저 왔으니까 포기하도록”
    “싫어”
    “싫어, 가 아냐. 그런 거 말한다고 봐주는 건 귀여운 여자애 한정이라고”
    “그것보다 방금 치고 있던 리프 말인데”
    “저기 말야, 가끔은 남의 얘기 들어”
    “엄청나게 멋있었으니까 다시 한 번 듣고 싶어”

    항상 이런 식이니까, 놀랄 정도로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뭐어, 내가 치는 베이스가 멋있다는 말을 듣는 건 나쁘지 않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멋있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 같은 거다, 밴드맨이라는 건.

    “한 번만 더 쳐줄 거니까”
    “백번이라도 좋은데”
    “뻔뻔하게 굴지 마”

    말을 끝내기 직전, 기세를 쏟아붓듯이 베이스를 친다.

    ——베이스는 눈에 안 띄지, 수수하고, 뒤쪽의 악기?
    웃기지 마!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 하나의 음으로, 주도권도 리듬도 전부 한 손에 쥘 수 있다. 최고의 악기다.
    그렇지만, 베이스가 최고로 일하기 위해서는, 밴드 자체가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보다 반 걸음 앞을 가르고 나가는 기타. 선율이 착지하기 직전에, 정확하게 어택을 때려붓는 드럼.
    베이스는 그 사이를 누비듯이, 엮어 가면서 헤엄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부 낚아채서 폭력적으로 휩쓸어 가는 보컬이 있어서, 네. 멋진 밴드의 완성’
    귀 안쪽에서, 항상 최고의 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베이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그것’을 계속 찾고 있었던 것 같다.

    타인과 함께하는 게 지독히도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랑은 죽어도 함께하지 않을거야’
    너무 고집쟁이라서 스스로도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고집대로 연주할 수 없다면, 죽어 있는 거랑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을 수 없었던 그 때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오만하고, 시시한 소리를 내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마터면 베이스랑 동반자살할 뻔했네’
    그런데, 단 한 장의 티켓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이제, 누구한테 받았는지도 잊어버린 공짜 티켓——루비아의, 사실상 라스트 라이브.
    잘못하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뻔했던 종이 덕분에, 지금, 살아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대단해”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멍한 목소리와, 느긋한 박수가 들려 와서 정신이 들었다.

    “……고마워”
    “마시로, 진짜 잘하네”
    “잘한다던가, 그런 거 필요최저조건이잖아”
    “그건 알지만”
    “알지만? 뭐야”
    “제일 멋있는 건 나니까, 너무 많이 멋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아 그래……”

    투쟁심만은 한 걸음 앞이다.
    ‘그렇지만 뭐어, 말한 보람은 있다고’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스튜디오 밖으로 내쫓았다.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아”
    “……하?”
    “마시로의 베이스. 멋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뭔가, 다른 표현이 없을까 해서”
    “그래서, 갑자기 그런 시인 같은 말을 하는 거야?”
    “아, 그거. 전에, 히바리한테도 들었어. 시인 같다고”
    “가사라도 쓰던가”
    “그런 말도 들었어. 그치만, 쓴다면 나보다 마시로가 좋아”
    “하아아?”
    “분명 멋있는 노래가 될거야”
    “바보. ……할 수 있을까보냐, 그런 거”
    “아카네보다 못 해도 괜찮아. 왜냐면 루비레니까”
    “칭찬하는 거야, 욕하는 거야?”
    “엄청 칭찬하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태연한 얼굴로 말한다.
    ‘멋있는 노래, 말이지’
    무심코 입가가 느슨해질 것 같아서, 급하게 담배를 물었다. 물론 불은 붙이지 않고.
    ‘정말, 영문을 모르겠는 말만 하는 녀석이네’
    그렇지만, 뭐어, 어쩔 수 없다.

    “……저기 말야, 뭔가 연주해 봐”
    “에, 그래도 돼?”
    “오늘은 특별히 들어 주지”

    일생일대에 걸쳐서 헌팅한 내 밴드가 멋있다는 말을 듣는 건, 뭐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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