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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R1&BTNY 스텔라워스 연동특전 ss 루비레
    디그니티 프로덕션/ss 2022. 1. 30. 02:06

    “아, 있다있다. 쿠로노상!”

    스튜디오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토키가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토키군”
    “라디오 출연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어보기 전에, 토키가 “저기에 써 있어서” 하고 복도에 놓여 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킨다.

    “크리스마스인데 큰일이네요”
    “토키군이야말로, 어째서 스튜디오에?”
    “저는 아까까지 알바중이었어서. 최근에, 사운드 프로듀서님의 볼일에 따라가서 잡일을 하고 있어요”
    “사메지마상?”
    “어라? 저, 이 얘기 했던가요?”
    “……어떨까나. 아카네상한테 들은 걸지도 몰라”
    “아—그쪽인가. 가능성 있네요”
    “사메지마상은?”
    “다른 예정이 있다던가 해서 먼저 나갔어요. 그래서 저도, 드디어 풀려났어요”
    “? 어째서 같이 안 나갔어?”
    “아, 루비레가 오면 모처럼이니까 인사 하고 갈까 해서”
    “기다려 줬던 건가”
    “뭐어, 그렇습니다!”

    장난스럽게 말하니까, 무심코 웃어 버렸다.

    인크로랑 루비레가 뉴욕에 가서, 2주 정도 같이 보냈다. 따로 행동하는 날도 많았지만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같은 걸 보고 듣는 와중에, 거리도 꽤나 좁혀진 것 같다.
    ‘토키군은 특히’
    츠구미와 미츠루는 알게 되고 바로 친근하게 굴고, 히바리와는 한때 험악해졌던 적도 있지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했던 덕에 사양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토키는 좋은 의미로 ‘인크로의 리더’로서의 얼굴을 꽤나 무너뜨리지 않으려 하고, 어디까지나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어울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것대로, 마음에 들었긴 하지만’
    이 정도로 가깝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쁘지 않다.

    “토키군, 목 마르지 않아? 뭐 마실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서 말하자, 토키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에, 괜찮슴다! 그러면 얻어먹으려고 기다린 것 같잖아요”
    “내 거 사는 김에 사는거야. 그리고 나도, 기다리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싶지 않고”
    “아—. 그럼, 따뜻한 차로”
    “쿠로노상~, 안녕하세요……아, 토키군도 있다!”

    스튜디오로 내려온 하이지가 이쪽을 눈치채고 달려왔다.

    “하이지상! 안녕하세요”
    “안녕, 토키군! 쿠로노상, 아카네상은?”
    “다른 예정이 있어서, 오늘은 따로야”
    “아, 그런가요. 그래서, 토키군은?”
    “저도 일하러 와서, 쿠로노상이랑 어쩌다 마주쳤어요”
    “그건 조금 어폐가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오래 기다린 거 아니니까요. ……차 감사합니다!”
    “아, 저도 뭔가 마실거 사려구요”
    “뭐 마실래?”
    “엣, 그치만”
    “어떡할래?”
    “그럼 감사하게, 토키군이랑 같은걸로 마실게요!”

    둘 다 “감사합니다” 하고 웃어 준다. 죄송해하는 것보다 기뻐하는 게 더 강하게 전해지는 건 기쁘지만, 이 정도로, 하고 조금 낯간지럽다.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의, 이런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정말 나는 운이 좋구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의지할 만한 곳은 아버지와, 아버지가 이어준 인연의 끝에 있던 아카네뿐. 그의 편으로 있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을 붙잡고, 살아 왔다. 그 외에 바라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어느 새에 많은 것을 손에 들고 있다.
    기타. 밴드. ……친구.
    ‘그런가, 친구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도 괜찮은 말이라는 걸 최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면, 분명 아카네는 웃어줄 것이다.

    “아, 이런”

    토키가 혼잣말을 하고, 주머니에서 당황해서 폰을 꺼냈다.

    “아—. 히바리 미안, 아직 스튜디오야”
    “일 7시까지라고 하지 않았어?”
    “미안미안”
    “늦어도 상관없는데, 연락 정도는 해 달라고”
    “토키군, 잠깐 전화 바꿔 줘. ……여보세요”
    “엣, 어째서 쿠로노상이 같이 있는 거에요?”
    “일이 같은 스튜디오여서, 내가 토키군이랑 얘기하느라 붙잡아 버렸어. 너무 화내지 말아줘”
    “잠깐, 쿠로노상”
    “조금 늦은 정도로 화 안 내거든요”
    “그럼, 그렇게 기분 나쁜 듯이 말하지 말아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유쾌하지 않은 부분은 약속에 늦은 토키군이 아니거든요. 토키군이 나랑 약속한 걸 내버려두고, 당신이랑 같이 있는 점이라구요!”
    “히바리! 목소리 커!”
    “히바리군~, 나도 있어~”
    “하이지군까지. 정말……뭐야? 미츠루는 편의점에 알바하러 가 버려서 츠구쨩이랑 같이 있고, 토키군은 루비레랑 사이좋게 지내고 있고. 어째서 나만 혼자서 집에 있어야 되는 건데”
    “그건 확실히 쓸쓸하네”
    “그렇게 생각하면 얼른 토키군을 보내 주세요. 오늘 지금부터 다같이 크리스마스 파티 할 거니까. 그리고, 별로 쓸쓸하지 않거든요! 타나카상이 같이 있으니까!”

    당황해서 폰을 토키에게 돌려줬다.
    무심코 웃을 뻔 했던 게 들키면, 분명 더 화낼 거다.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이따 봐! ……쿠로노상, 죄송해요!”
    “아니야. 나야말로 히바리군에게 나쁜 짓을 해 버렸네. 나중에 한번 더 사과할게”
    “쿠로노상, 히바리군이랑 사이 좋네요”
    “히바리한테 말하면 큰 목소리로 부정할 것 같지만 말야”
    “저 사양하지 않는 느낌, 안심하고 경계를 풀고 있는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저 말투는……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이상 밍기적거리고 있으면 저도 진심으로 혼날 것 같으니까 슬슬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해. 인크로 멤버들에게 안부 전해 줘”
    “아카네상이랑 마시로상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응. 또 봐, 토키군”
    “네!”

    토키가 발길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더니, 옆에서 하이지가 쿡쿡 찔렀다.

    “쿠로노상. 오늘 기분 좋으시네요”
    “그런가?”
    “계속 웃고 있는걸요”
    “그런가”

    새하얀 종이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듯이, 지금까지 몰랐던 것,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을 기록해 나간다.
    아카네가 말한 대로, 루비레는 앞으로도 점점 변해 가겠지. 매일의 변화는 공기를 흔들고, 온도와 색조가 변하고, 분명 그 모습이 새로운 음악이 되어 갈 것이다.
    ‘기대된다’
    때로는 불행한 만남조차, 반대로 소중한 뭔가가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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